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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삼성이 만난 사람들 - 성우 서혜정 님/ 2010. 4. 8

august lee 2010. 4. 22. 15:55

성우 서혜정님

 

 

 

남자, 여자 몰라요. 여자도 남자 몰라요. 이런 우라질레이션!
무미건조한 여자 성우의 목소리가 일약 전국을 강타한 것은 실제로 들어본 사람들에게 있어서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그 이유는 정말 웃기기 때문이다. 남녀탐구생활을 통해 우리에게 웃음바이러스를 선사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성우 ‘서혜정’씨. 실제로 만나서 들어본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확실히 다년간 축적된 내공과 함께 그 특유의 생동감이 느껴졌다.

 

 

성우라는 직업은 확실히 지금 시대에도 그렇게 쉽게 떠오를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과거에는 더욱 그러했을 것이라 생각이 드는데 그녀가 이 길을 택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성우가 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을까?

 

 

어렸을 적에 ‘이브의 연가’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확실히 이 성우라는 직업을 택해야 되겠다는 의지를 다졌어요. 그 후의 성우가 되기까지 과정에 힘든 점은 없었어요. 저는 성우로서는 정말 승승장구 했어요. 그런데 이게 어렸을 적의 생활이 영향을 끼쳐서인지는 몰라도 제가 쉽게 좌절을 안 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어요. 어떤 위기가 왔을 때 그걸 극복해서 이겨내지, 제가 이 것에 진다는 생각 자체가 없어요. 이 것을 어떻게 돌파를 해야 하는 지만 생각하죠. 그러면 정말 돌파가 되요. 그 상황에서 ‘아 나 못할 것 같애’ 이러면 정말 좌절하는 것이고 결국에는 자기가 믿는 대로 가는 거죠. 어느 시험에 떨어졌다고 해도 ‘아 나 떨어졌네. 오케이 그럼 다시 도전하자!’ 이런 생각을 항상 가졌어요.

 

그래서 사실은 제가 실패를 많이 했는데 실패했다는 생각을 안 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계속 끊임없이 다음 돌파구를 찾으면서 진취적인 자세를 보였던 거죠. 저는 계속 앞을 보면서 나아가는 사람이었지 계속 뒤를 보거나 끌려 다니거나 이러지는 않았어요.

 

 

성우로 지낸 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 긴 성우 생활 동안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캐릭터는 무엇이었을까?

 

 

가장 인상 깊었던 캐릭터는 X파일의 스컬릿이었어요. 제가 가장 추구하는 이상형의 여자였기 때문이죠. 그 배역을 연기하면서 충분히 대리만족을 하였죠. 그리고 성우 서혜정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알린 작품이기도 하였고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성우에 대한 그녀의 진심 어린 애정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 그녀에게 있어서 성우는 삶 그 자체였던 것이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성우를 꿈꾸었어요. 그래서 이 직업을 선택한 것이고 지금도 이 직업이 좋아요. 제 인생 자체가 성우에요. 그리고 성우 아니면 저 아무 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어요. 그냥 성우가 제 삶이었기 때문에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죠. 물론 몸이 힘들고 지친 시절도 있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언제나 행복했어요.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거죠.

그리고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은 굉장히 많아요. 경쟁률이 300:1이 되니까 정말 들어오려는 사람들은 그 성우라는 직업에 미친 사람들밖에 없어요. 성우가 되기 위해서는 그 능력을 갖추어야 되니까 정말 열심히 준비해야 되죠. 예나 지금이나 그 열정은 변함이 없는 것 같아요.

 

 

성우를 삶 그 자체로 생각하는 그녀에게 그렇다면 성우는 어떤 정의로 설명될 수 있을까? 그녀는 좋은 성우의 자질로 선천적인 면보다 후천적인 면을 더욱 강조하였다.

성우는 연기자에요. 연기를 목소리로 표현하는 사람들이죠. 그러기에 성우란 직업은 목소리가 좋은 사람들을 뽑는 게 아니에요. 발음이 안 좋다거나 사투리가 심하다거나 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무리 없는 목소리면 괜찮죠. 중요한 것은 그 상태에서 연기를 테스트하는 것이에요. 얼마나 감정을 잘 이입하는 지가 중요하죠. 그런데 말에 감정이 실리면 목소리가 잘 들릴 수 밖에 없어요.

 

그리고 좋은 성우가 되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연륜이에요. 처음 들어올 때는 단역으로 한 두 마디로 시작하다가 이제 조금씩 대사량을 늘리면서 같이 호흡을 맞추면서 연륜이 쌓아가면서 경험이 축적돼요. 그렇게 경험이 축적되면 자연스럽게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기까지 10년이 걸려요. ‘스컬릿’도 12년 만에 맡은 배역이에요. 성우는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는 사람이 100% 없어요. 그런 의미에서 다른 연예인들과 다르죠. 적어도 10년은 이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야지, 그제서야 10년 후에야 좋은 목소리를 낼 수가 있어요.

 

 

나름 성우세계에서 이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 된 서혜정. 그런 그녀에게 아직까지 성우를 바라보는 우리나라의 시선은 아쉽게만 느껴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가 목소리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아요. 외국 같은 경우는 한 성우가 한 작품을 맡기만 해도 먹고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어요.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인프라가 굉장히 열악하죠. 한 작품만으로는 먹고 살수가 없으니까 하루에도 여러 군데를 뛰는 것이에요. 목소리는 제 2의 얼굴인데 그런 것을 보면 안타까워요. 그래서 성우는 예술적인 마인드로 접근을 해야지 직업적인 관점에서 접근을 하면 안 되요. 성우가 오늘날 600명 조금 안 되는 인원인데 거기에서 상위 5% 안에 못 들면 자신의 생활 자체가 힘들어져요. 그래서 성우를 직업으로 선택하는 사람이 있다면 저는 추천해주고 싶지 않아요. ‘내가 정말 성우 아니면 안돼’ 라는 사람이라면 도전을 하라고 권유하고 싶지만 그렇지 않으면 권유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기에 성우를 하려면 미쳐야 되요. ‘미쳐야 미친다’라는 말이 있죠. 저는 제 몸 전체가 성우 그 자체에요. 그래서 성우 아니면 다른 일을 아무 것도 할 줄 모르고. 그 정도로 미쳐야 되요. 어느 순간에 다다랐을 때 덜 미치면 그 순간부터 미끄럼틀 타고 쭉 내려가는 거에요. 그래서 언제나 감각을 유지하는 게 중요해요. 그런 끊임없이 샘솟아 나오는 열정, 결국에는 미쳐야지 가능한 것이죠.

 

책 읽고 영화 보는 것, 이 것이 취미였는데 제가 이제 성우를 하잖아요? 어떻게 하다 보니까 성우가 취미가 되어버렸어요. 그러다 보니 이 성우라는 것을 일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제가 좋아서 미쳐서 하는 것이니까 일상생활에서 쌓였던 스트레스들이 성우 하면서 다 풀려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을 미쳐서 하는 거니까 저는 지금 매우 행복해요.

 

 

처음 인터뷰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성우예찬이다. 자기 직업에 이렇게 확신을 가지고 행복해 하는 모습. 어떻게 보면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모습이 아닌가 싶었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그럼 왜 서혜정씨처럼 살기가 힘든 것일까?

 

 

저는 젊은 사람들한테 이런 말을 하고 싶어요. 자기가 정말 미쳐서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그리고 거기에 부가가치를 바라지 말라고. 돈보고 직업을 선택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는 지금 돈 보고 이 길에 들어간 것이 아닌데 지금은 돈이 저절로 들어와요. 마찬가지에요. 미치면 어느 순간에 돈이 따라오는 거에요. 내가 이 일에 미치고 영혼을 다 던져서 나중에 인생을 돌아봤을 때, 그 것이 행복한 것이 아닌가요? 단지 돈에 이끌리는 삶을 산다면 내 자신이 얼마나 불쌍하게 여겨질지 생각만 해도 안타까워요.

 

그리고 제가 갖고 싶은 것이 없어지니까, 온 세상이 다 제 것처럼 여겨져요. 여기 제가 앉아있는 이 작업실도 원래 선배 작업실이에요. 그런데 여기는 제 것이에요. 왠지 지금 다니는 방송국도 제 것 같고. 내가 스튜디오에서 방송을 하면 그 순간 이 세상 모든 것이 제 것처럼 느껴져요. 이러니까 별로 갖고 싶은 것도 안 생기면서 계속 순환이 되는 거죠. 이런 제가 특이한가요? (웃음)

 

 

최근에 ‘속상해하지 마세요’라는 산문집을 발간한 서혜정씨. 그녀는 그 책을 통해서 세상과 소통을 하고 싶다고 하였다.

이 성우라는 직업이 약간 베일에 싸여있잖아요. 대중들한테 성우들의 삶이 어떤 건지 보여주고 싶었고 젊은 친구들한테 도전 의식도 약간 자극하고 싶었고 이렇게 한 분야에서 열심히 산다면 세월이 지나면 빛을 낼 수 있는 거구나 그런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남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의 삶을 비추어 볼 수 있잖아요? 그런 것을 이 책을 통해 가능하게끔 하고 싶었고 세상이 아직 희망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한마디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었죠.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단지 세상과 소통하기 위함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이 활동들을 통해서 어떻게 보면 이 사회를 좀 더 따뜻하게 만들고 싶은 바람을 표출한 것이었다. 그 주체는 단연 어른이었다.

내년에는 제가 50이 되요. 반세기를 살아가게 되는 것인데 이제는 사회의 어른이 되었잖아요? 저는 지금까지 받은 것을 돌려줘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을 해요. 책 뒤 표지에도 이 책의 수익금은 전액 불우한 아이들에게 전해진다고 나와있고 지금 제가 대학교 가서 강의하는 것도 거의 공짜로 하고 있어요. 아이들에게 첫 시간에 이야기했어요. ‘내가 이 거 강의 한 시간에 3만원씩 3시간에 9만원 받는데 기름값 빼고 6만원은 너희들에게 줄 거니까 공부 열심히 하라고!’ 아이들에게 말로만 어른인 척 할 게 아니라 직접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 같은 어른들이 직접 보여줘야지 걔네 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실천을 할 것 아니에요? 제가 아이를 키워보니까 알게 된 게 아이들은 말로 교육하는 것, 한마디도 안 듣더라고요. 그래서 세상에 있는 어른들이 말로만 청소년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 필요가 없어요. 실천을 해야 되요. 본보기가 되어야 하죠. 사회로부터 제가 빚을 졌잖아요. 이제 갚아야죠. 왼손이 하는 것을 오른손이 모르게 해라 라는 말이 있는데 그 것 역시 필요하긴 해요. 하지만 이런 일은 자꾸만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그 것을 통해 나와 똑 같은 입장에 있는 어른들이 자극을 받아야 되죠.

 

어른이 그런 것이잖아요. 부모가 자식들에게 다 주는 것. 어른은 다 주는 입장이지 챙기는 입장이 아니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다 주겠다고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어요. 지금 시각장애인을 위해서 목소리 녹음도 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이 것도 제 능력을 10분 발휘해서 봉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저의 이 목소리는 도깨비방망이 같이 써도 써도 계속 나오는 것이니까 필요하면 언제든지 제공을 할 수가 있죠. 얼마나 좋아요! (웃음)

 

 

어른으로서의 책임을 들어보니 문득 그녀의 자식은 어떻게 대하는지 궁금해졌다. 들려오는 대답은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 완전 망아지들이에요. 지금 학교도 안 다니고 공부도 안 하고 있죠. 그런데 참 착해요. 아들이 배우를 한다고 해서 제가 이렇게 말했죠. ‘그렇게 공부하기 싫고 배우하고 싶으면 대학 가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극단 들어가서 바닥부터 청소하고 포스터도 붙이러 다니고 네가 몸으로 부딪히면서 배우라고, 그렇게 10년 지나면 배우 할 수 있다고!’ 그렇게 말했죠. 그 이후부터는 자기가 알아서 하는 거에요. 지금 경쟁사회라고 하고 있는데 이 경쟁이라는 기준점을 잘 잡아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나는 우리 아이들이 지금 경쟁 사회에서 가장 유리하다고 생각을 해요. 왜냐하면 희귀하니까! 그리고 사회를 위해서 봉사를 하는 인생을 살 수 있다면 저는 최고라고 생각을 해요.


나는 어차피 지금 이 성우의 길을 가는 사람이지만 우리 아이들이 어떤 삶을 살건 그 살아가는 사회에서 행복하면 되는 거에요. 우리 아이들이 길거리 공연을 하면서 돈 한 푼 못 받아도 자기가 좋아해서 행복하면 되는 거지, 학벌이 중요한 게 저는 절대 아니라고 봐요. 못 배웠다고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거든요. 공부가 적성이 아니면 과감히 다른 길을 선택하면 되는 거에요. 무조건 중요한 것은 행복해야 되요. 사람마다 행복의 가치 기준이 다르잖아요. 저는 아이들이 지금 이렇게 자라나고 있는 것이 만족스러워요.

 

아무래도 제가 이렇게 된 것은 우리 엄마의 영향이 컸죠. 우리 엄마는 그냥 저를 믿어줬거든요. 제가 엄마에게 배운 게 그거에요. ‘엄마가 뭘 해줄게 있으면 요구해. 엄마가 너희들에게 알아서 해주지는 못해. 엄마가 지금 하는 일이 많고 엄마 인생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너희들 일은 스스로 찾고 너희들의 꿈을 알아서 키워가. 그런데 엄마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이야기해.’ 이게 다에요. 그리고 이게 저는 편해요.

 

 

 

그녀가 추구하는 것은 결국 따뜻하고 행복한 세상이었다. 그리고 이는 그녀의 앞으로의 가고 싶은 방향에도 잘 드러나 있었다.

이제는 제 이름을 걸고 무언가를 하고 싶어요. 서혜정의 토크쇼도 좋고. 아니면 라디오 프로그램을 맡는 것도 좋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공을 많이 쌓아야 되겠죠.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은 마인드에 동참을 해서 거기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분위기를 파생시키게끔 만들고 싶어요. 그런 것을 박경림씨는 하더라고요. 그 것을 보고 감명을 많이 받았죠.

 

 

인터뷰하는 내내 그녀가 지금 진심으로 행복한 삶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러기에 그녀의 목소리가 더욱 사람들의 감성을 잘 자극시킨다고 생각한다. 성우 서혜정. 그녀는 진심 행복한 사람이었다. 그러기에 그녀가 바라보는 세상은 아직 따뜻하고 그런 분위기를 더 많이 조성하도록, 그녀는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녀의 목소리가 더 많이 세상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전해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영삼성 여러분도 한 번 외쳐보아요! 아싸라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