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삼남,영남,관동길

원주에서 횡성 둔내까지 걸었다 (6) / 2016. 7.15 (금) 15:50 하나코스 제약- 보호수- 16:15 현천4리-(버스)- 17:10 원주역

august lee 2016. 7. 16. 01:26


6

뒤돌아보니 민족사관고등학교 건물이 보여요.



덕고 청풍 德高淸風 - 둔내 11경 장원 작품에 250년 수령을 자랑하는 노거수 소나무


80년 전, 詩會 - '둔내 11경' 에서 장원한  안운담 님의 덕고청풍 작품

원주- 둔내 도보여행 목적지인 6번 국도의 천4리 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2016. 7.15. 16:10).

만세! 만세!! 만만세!!!   감사, 감사, 감사합니다.- 어리(어거스트리)


(후반부 4, 5, 6)


(화보 4)

길가에 치악산 한의원이 있네요. 치악산 산신령님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환자들을 한방으로 치료해주는 곳인가 봅니다. 안흥 11Km라는데 그냥 변두리를 스쳐만 가고, 찐빵마을까지 가지는 않아요. 그 쪽에도 관동길은 있을 것같지만 지도를 보니 터널을 두어 개나 지나고 산을 넘는 곳은 주로 主路가 아닐 것입니다. 닭들을 놓아 기르는 농장을 보며 흐뭇한 맘으로 지났어요. 저쪽 시골길을 지나게 되면 층층 닭장 철망에 갇혀서 소리도 못내고 살아가는 달걀공장을 보고 맘이 언짢았습니다. 또 고개를 넘는데 원주시 소초면을 벗어나 횡성군 우천면에 들어서고요 그 첫 인사가 횡성한우 삼호정 식당입니다.  


복숭아에 노랑 봉투를 덮어씌웠네요. 좌측엔 고속도로 옆 케이프라이드 회사고, 우측엔 휘닉스 모텔입니다. 황토찜질방을 그냥 지나갑니다. 하루 종일 길가 찜질방에서 땀을 흘리며 살아가죠. 도림가든 식당 긴 바위에서 여주인의 양해를 얻어 쉬어갑니다. 이제서야 찰옥수수 장수를 시작하나봐요. 역골교차로에서 우측으로 들어가면 백달리 마을입니다. 버스정류장에 시간표가 있지만, 동서남북도 동네 지명도 모르니 그걸 읽지 못해요. 지나가는 길손도 잘 이해할 수 있는 버스 시간 안내방법은 없을까 생각해봤습니다. 119 횡성 우천소방서를 지나니, 오매불망 기다리던 새말교차로가 나타났어요. 좌측엔 횡성이고 우측엔 오원리인데, 저 앞산을 보니 넘어야할 것같았습니다. 좀더 가니 좌측으로 둔내와 민족사관고등학교로 가는 모란교차로입니다. '아하! 길가 찰옥수수 가게에서 찐 걸로 두어 개 살텐데....'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개를 넘으려면 힘이 있어야 하는데, 시장기가 들었나 봅니다. 시장기를 느끼는 사람은 그것이 행복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배 고프다고 투털대기 쉽데요.


산을 넘어갈 맘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걷는데 길은 구불구불 산을 돌고 돌기만합니다. 중고 건축자재공장을 지나니 칡꽃이 보이고, 저 앞에 산과 산을 이어 고가로 달리는 영동고속도로가 나타났어요. 그리고 맨 오른쪽은 저속차량 전용인 오르막 차선 두 개가 시작됩니다. 가압장을 지나 효소랑 공장이 나오는데, 관동길 카페에서 그 사진을 보았어요. 거기서부터 본격적으로 고갯길이 시작됩니다. 제일 가파른 고갯길이 시작되고 힘도 점점 빠져갔어요. 가장 높은 곳에서 하계를 내려다보는 여유를 체험해야 하는데, 숨이 차고 힘들어서 도중에 주저 앉아 쉬었다갑니다. 머리 위로 달리는 영동고속도로에서 차들이 씽씽 달리는 소리가 들려요. 먹을 것은 물론 물도 보온병에 들어있는 온수 한 컵 이외에 다 떨어졌습니다. 지도를 보니 2키로만 걸으면 영동고속도로 강릉방향 횡성휴게소가 42번 도로 봉화로와 딱 붙어 있어 직원용 통로를 찾아 매점에 가기로 몸과맘을 달래면서 길을 내려왔어요. 희망과 목표가 없다면 힘든 현실을 이겨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3,40분만 걸으면 된다고 맘 먹으니 목 마름도 배 고픔도 싹 가셨어요.


(화보 5)

고갯마루길에 건사한 집이 두어 채 있고, 숲속에다 또 집터를 닦고 있어요. 고개를 지나면 또 다른 고개, 이러기를 몇 차례 되풀이하다가 고속도로를 만납니다. 머리 위로 차들이 씽씽 달리는 소리가 들려요. 소사가압장은 수돗물을 끌어올려 저장했다가 배수지 역할을 하는가 봅니다. 신선마을 입구- 이슬에 취해 구름 타고 노는- 영농법인 옹달샘 이름으로 입간판이 세워졌어요. 지팡이를 손에 쥔 신선 할아버지와 도깨비 아저씨? 그림이 멋있습니다. 이젠 고개를 많이 올라와 두 도로가 만나고, 조금 더 가니 민족사관고등학교 2Km라는 푯말이 있어요. 우측 광장에는 벌통 수 십개가 놓여있고, 두 도로가 다시 만나는데 횡성 휴게소 1Km라는 간판이 보입니다. 안흥면이라는 경계표지판부터 봉황로가 고속도로보다 더 높은 곳을 달려요. 머리 꼭대기 하늘 위로 달리던 고가 고속도로를 이제는 아래로 내려다보며 걷습니다. 소감이 어떠했느냐고요? 개미처럼 열심히 한 걸음 한 걸음씩 기어올라와서 겨우 만나니, 반갑고 괜히 헛고생하지 않고 뭔가 이룬 것도 같았어요.


횡성콩마당 된장이라는 간판을 지나니 내리막길입니다. 성급하게 고속도로 아래 뚫린 토끼굴로 들어갔다가 다시 되돌아 나왔어요. 그 길은 건너편 서울방향 횡성휴게소 가는 길인가 봅니다. 옳거니! 횡성휴게소가 보이고 보도 위에 주차된 차들이 보이니 직원용 통로가 나타나겠죠? 휴게소의 이런 통로는 차령고개를 넘어 삼남길을 걸을 때 공주 정안휴게소에서 직접 체험해서 알았답니다. 휴게소 매점에서 평창수 2병(1,200원)과 던킨 찹쌀 도너츠 2개(3,400원)을 구입했어요. 냉방 시설이 있는 식당에 앉아 먹고 나와도 누가 뭐라고 안 할터인데, 곧바로 밖으로 나와 길가에 앉아 발 벗고 쉬면서 마시고 먹었습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니 신발을 벗고 발을 말리는 것도 시급한 일이었어요. 단순한 여행객이 아닌 도보꾼의 맘은 이방인처럼 느껴지기도 하여 그때그때 당해봐야 알 것입니다.


소사4리에 파스텔 우유공장이 있고 바로 옆에 민족사관고등학교가 보여요. 오후 3시가 지나서 '안흥찐빵마을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푯말이 서 있는 삼거리를 만납니다. '좌측으로 가야 현천리인데'하고 머뭇거리는데, 덕천분교장 입구라는 안내판과 태기산 방향 표시까지 곁들여서 맘 놓고 좌회전했어요. 전주 이씨 이응광 李應光 공로비 옆에 소사리 所思里 유래비가 세워졌습니다.



소사리는 조선시대 강릉현 관할구역으로 정수계 鄭守桂 현감이 강릉으로 부임차 이 마을에서 하루 쉬어갔데요. 흉년이 들어 먹을 것도 없는데 귀리밥을 지어 대접했어요, 나라에서 계속 세금을 내라고 하여 주민들이 살기 어렵다는 실정을 알게 되었답니다. 강릉으로 부임한 정 현감은 상소를 올려 세금을 감면해주었데요. 나중에야 정 현감 덕분임을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은 입구에 그 은덕을 기리는 비석을 세웠답니다. 그 비석은 없어졌지만 정 현감과 나라의 고마움을 소중히 생각하는 소사所思가 마을 이름이 된 것 같아요. 1970년대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소사리는 1,2,3,4리로 나누어졌고, 170 가구 500 명이 오손도손 이웃하여 정겹게 살고 있다고 씌여져 있습니다(1999.11.25 제작). 끝줄에 덕애민 선정비 현감 정수계청 숭정후기축 -德愛民 善政碑 縣監 鄭守桂淸 崇楨后己丑이라고 덧붙여졌어요. 이 유래비를 읽고 보니, 이 길이 관동옛길임을 증명하며, 소중한 소[所] 소사리를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思]했습니다.

 

소사보건진료소를 지나니 이 동네 안흥면 소사2리를 버팅말이라고 한다는 비석이 있네요. 안흥초등학교 덕천분교를 지나는데 우승했다는 플랙카드가 보이고, 오후 3시 40분인데 현천리는 3Km라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옵니다. 4시 20분 안에 현천4리 버스정류장에 도착해야만 4시반 차가 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가고 맘이 바빠집니다. 3키로는 40분 안에 갈 수 있는데 지치고 힘이 빠져서인지 속력을 낼 수 없어 답답했어요. 도로에 차들도 없으니 걷기에 얼마나 좋은 길입니까? 그리고 이 옛길을 강릉현감이 걷고 이율곡 선생도 걸었다고 생각하며 힘을 냅니다. 감사합니다.



(화보 6)

뒤돌아보니 민족사관고등학교 기숙사 건물이 우뚝 서 있군요. 앞길에는 좌측엔 봉화로, 우측엔 덕송로입니다. 우측 소망동산은 공동묘지같고요, 토봉벌 보호지구이니 이동 양봉을 금지한다는 안흥면장 이름의 공고문이 있어요. 고개를 넘으니 둔내면 현천리, 지도에 표시된 하나코스가 뭔가 했더니 제약회사입니다. 영동고속도로 토끼굴을 지나니, 좌로 안흥이고 우로 부채골로 가는 갈림길이 나옵니다. 앞에 멋진 소나무가 반겨주어 가까이 가보니 덕고청풍 德高淸風- 송암 안운담 松菴 安云淡 님의 7언 8행 시 詩가 씌여있고, 노거수는 수령 250년(수고 樹高 25m)인 소나무이군요.


청량한 바람은 여름도 아니요 겨울도 아닌 가을을 연상케 하고

신선한 것을 가장 좋아하는 나를 밤낮으로 따라 오네

승지勝地인 것이 분명하니 신선이 노는 곳이요

바람 소리가 소슬한 소나무는 학鶴이 사는 곳이다


일천 개나 나열된 산봉우리에는 구름이 일어나고

일만 개나 연결된 골짜기의 안개는 산 얼굴을 가리었네

명승지의 경관은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으니

시인의 발과 지팡이를 수없이 멈추게 하네


1937년 그러니까 80년 전 둔내 11경이라는 시제詩題로 열린 시회詩會에서 장원壯元한 작품이랍니다.

덕송가든이라는 식당을 보니 거송 이름이 덕송德松인 것같군요. 이제 300m만 더 가면 좌로 횡성 우천, 우로 평창 둔내로 이어지는 6번 국도와 만나는 현천삼거리, 오늘 도보여행의 목적지입니다. 저 앞에 둔내에서 횡성까지 걸었던 반가운 삼거리 모습입니다. 현천리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여(16:15) 스틱을 접어 배낭에 매달고 나니, 저 앞에 원주행 버스가 달려왔어요. 너무 반가워 손을 번쩍 들었어요. 버스에 올라 한 10분쯤 달린 후에야(10Km 거리) 도보여행을 기록한 엔도몬도 앱을 정지시켰습니다.



버스가 곧바로 왔기에 한 두시간을 벌 수 있었어요. 그 버스를 타지 못했으면 콜택시하기엔 너무 먼 거리(횡성읍까지만 약 25Km)여서 기다려만 했습니다. 누가 도와주신 것인지, 어리가 복 받을 짓을 한 건지, 분명한 것은 한 번쯤 쉬고 싶었지만 버스를 놓칠까봐 쉬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온 덕분이었어요. 횡성을 거쳐 원주에 도착했습니다(버스요금 3,300원). 버스보다 기차를 타고 싶어 도중에 원주역을 지나는 버스로 갈아탔어요(버스요금 1,300원). 오후 5시 10분 원주역에 도착하여 기차표를 사 보니 좌석은 없고 입석입니다(3,800원). 17:38 원주발 19:02 청량리역 도착인데, 카페 열차칸에서 자리를 잡아보려고 갔습니다. 바닥에 앉아서 1시간 24분을 즐겼어요. 가차가 진행할수록 입석 손님은 많아지는데, 원주에서는 아마도 Y대 원주캠퍼스 학생들 같았습니다. 청량리역에서는 기차편으로 춘천이나 원주로 통학하기 좋은 편이죠. 하루를 투자해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습니다. 약간 피곤하였지만, 별탈 없이 07시간 33분 동안에 49,000보 (34.39 키로)를 완주할 수 있어서 만족하며 감사드립니다.



만보기에는 49,000보(34.4Km), 2,000 Kcal 소모, 07:33 시간 걸은 것으로 표시되었어요.

엔도몬도 앱은 도중에 잘못 건들어 끊겨서 1, 2차로 나누어지고, 나중에 버스를 타고 체크한 10분, 10Km를 제외해야 합니다.


1차 5시간 25분 걷기에  23.0 Km,  오르막길 706 m  내리막길 488 m, 최고 고도  406 m

2차 2시간 47분 걷기에    9.7 Km,  오르막길 328 m  내리막길 501 m, 최고 고도  592 m (작동을 멈추지 않고 버스승차 10분 상쇄) 


 계  8시간 12분 걷기에  32.7 Km,  오르막길1034m   내리막길 989 m, 최고 고도 592 m, 소모 열량 2,900 Kcal(1,407 +1,496)


수분 섭취 6.75L (3.1+3.65) : 물이 떨어져 목 마른 상태에서 횡성휴게소 매점에서 생수 1L구입, 물 0.7L 채워 많이 마셨음.




243- 293






248  15:45








255  15:50




258  16:00



259






264  16:05








271  16:10




16:15

16:20 원주행 버스 승차




278  16:50 원주에서 버스를 내려서 원주역 가는 버스로 갈아탔어요.



우두개 삼거리


원주역 광장

284  17:10


무궁화 열차의 카페칸 바닥이 입석 승객들의 좌석이 되었어요.



원주- 청량리간 입석표, 카페칸 바닥은 입석표 승객들의 안식처입니다. Y대 원주캠퍼스 학생들인 것같아요.


19:40  어둑어둑 해질 무렵에 한강을 지나 잠실에 도착했어요.


291  19:50


우리 동네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기 시작하니, 참 오래 참아주어 고맙다고 인사했어요.

혹시 치악산 산신령본부에서 하루 종일 걷는 어리가 가엾어 보여 남한산성 산신령에게 갈 때까지 봐달라고 했을까요?


293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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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체크분 시간은 10분, 거리는 10키로를 빼서 2시간 47분 동안에 10.7Km로 읽어야 합니다.

 

우측 뾰쪽한 곳이 현천 삼거리 버스 승차지점이고, 하궁리와 산전리까지 버스 승차후에 체크되었어요.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비가 계속 내렸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