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단련/산티아고 순례보고

까미노 포르투게스 4 Milladairi -

august lee 2018. 10. 21. 02:08

까미노 포르투게스 4


Milladairi 알베르게에서

  2018. 10. 13(토)


10월 12일  16일째 날 이야기를 말씀드릴게요.  우선 우선 745  즉, 0700 출발하여 오후 2시 45분에 호텔에  도착하였기 때문입니다. 여기는 이번 순례길의 목적지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대성당에서 8키로 털어진 밀라도이로 호스텔입니다. 새 건물에 시설이 좋고요, 소문이 났는지, 최연소 순례자라고 생각되는 갖난아이가 부모 품에 안겨 같은 방에 투숙했어요,  아기울음 소리를 들으며  잠자리에 누었습니다. 그럼 일과를 더듬어 볼까요.


우리는 이제 배낭 메고 8키로 쯤 걸어가서, 6년전에 프랑스길 790Km를 33일 동안 걸어서 도착했던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갑니다. 별빛이 흐르는 언덕이라던가요? 그 땐 자세한 기록도 없지만 아마도 한 시간에 4Km정도는 걸었을 겁니다. 3~5유로하는 공립 알베르게가 만원으로 마감하기 전에 들어가야 했으니까요. 단장은 이번에 동행하지 않으신 박윤건 님이셨습니다. 오후에 지친 몸으로 달음박질하다싶을 정도로 빨리 걸었지요. 그것이 순례자의 본분을 다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행동했어요.

 

지금 새벽 3시 20분, 얘기가 보채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주 순한 소리예요. 천사 같은 저 애기를 통해서, 이번엔, 프랑스 길에서 시작만 하고, 포르투게스 중에 바로셀로부터 끼어들어 스페인의 투이를 거쳐서 산티아고 경계 5Km지점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하루하루 일정을 사진에 담고 빠짐없이 적으며, 여기에 오게 된 것을 감사하고. 어리 일생을 마무리하는 한 과정으로서 큰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44세가 된 우리 막내 딸 아이가 좋은 음식 먹고 이제 몸과 마음 편하게 지내며, 관광하고 오라는 글을 보내왔어요.

 

저녁을 먹으러 가려고 하니, 금요일 휴일이어서 마트도 문 닫고 식당도 거의 다 쉰다며 호텔주인이 걱정해줍니다. 주인 딸은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더니, 한국어를 터득하여 회화가 능숙했어요. 구멍가게는 열고, 식당도 몇 군데는 여는 곳이 있답니다. 비가 계속 내려  우의를 입고 우산까지 받쳐 들고 나갔어요. 산 정상에 위치하여 바람이 셉니다. 상당히 걸어와서 문을 연 식당을 발견했어요. 이제 내일 사용할 물과 빵, 양파와 토마토 등을 구입하러 구멍가게를 찾아 나섭니다. 다행히 부근에서 가게를 만나 해결했어요.식당에 들어가니, 서비스하는 노인이 스페인어로 자꾸 물어봅니다. 코레아라고 대답하니, 핸드폰을 조작했어요. 빅스비에게 물어봐 라는 것처럼, 뭐라고 소릴 지르니, 화면에 한글이 씌여  나왔습니다. 스페인어 ㅡ한국어 동시 통역기입니다. 주문도 그런식으로 했어요. 윤 단장님이 돼지갈비구이와 감자튀김을 시키셨는데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와인을 곁들여 5인분이 54유로이고, 물 등이 7유로입니다.

 

10월13일(토)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전 날 자초지종 숙제를 마치고 다시 잠 들었다가 일어났습니다. 5시 반쯤 윤기중 단장님과 공영인 원장님이 일어나 식당에서 아침에 먹을 라면탕을 준비하셨어요. 보통 정성이 아니면 꿈도 못 꿀 주방장 역할을 자청하신 것입니다, 오늘, 까미노 포루투게스를 완주하고  산티아고에 입성합니다. 짐을 다 챙기고 나서 안경을 쓰려고 하니,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어요. 어제 식당에서 사진 찍을 때 벗어놓고 그냥 왔을까? 어쩜 좋지! 잃어버린 것을 빨리 잊고. 산티아고에 가서 도수 없는 걸 하나 사기로 맘먹었습니다. 눈을 기증하는 대신 안경 하나 기증하고 가는 셈치고 빨리 체념하였어요. 6시 반부터 식당에서 지극 정성 라면탕을 떠서 빵과 함께 먹었어요. 식사 후 배낭을 챙겨 메고 0720 출발했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어리는 밖에 나가서 먼저 출발하는 일행이 어디로 가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옳지, 어제 우리가 들어왔던 길로 다시 빠져나가는가 봐요. 어두컴컴하여 손전등을 잘 간직합니다.

 

어제 우리가 들어왔던 큰길에서 카미노 길을 찾아 어둡고 비탈진 길을 내려갈 때, 제 전등이제일 밝으니, 앞장서서 인도하라는 권고를 받았어요. 힘들지만 영광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한 분을 앞세우고 바로 뒤에서 불빛을 비추면, 둘이서 어둠을 뚫고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어요. 자갈길은 넘어지기 쉬워요. 이제 평지에 내려왔지만 노랑색 화살표를 찾아가며 향도 向導 노릇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르막길도 오르고, 오른쪽으로 우회전해서 내려가는데 뒤에서  따라오지 않아 어리는 배낭을 벗어놓고, 오리털 자켓을 벗었어요. 그 동안 본대가 지나가면서, 자연스럽게 향도ㅡ선발대장 임무교대가 이루어졌습니다. 저 앞에 멀리 불빛이 비춰오는 곳이 산티아고일 것같이 느껴집니다. 조금 후에 하늘이 붉게 변하면서 일출이 시작됩니다. 삼거리가 나오는데 푯말 두개가 나란히 서 있어요.  윤 단장님이 좌측은 나중에 생겨난 지름길이고, 우측이 원래 길이라고 하셔요. 우린 우측 푯말 방향으로 내려갑니다.그렇게 저렇게 까미노 길을 내려가니, 동네가 나오고 사림들을 만납니다. 배낭 맨 웬 아가씨가 바삐 길을 재촉합니다. 우측으로 내려가서 따라가 보았더니 아무런 표시도 찾을 수 없었어요. 되돌아 와서 행인에게 ‘까미노?’하며 물었더니, 손으로 반대 방향을 가리킵니다.

 

산티아고 시내에는 노랑색 화살표 표시에 인색합니다. 오거리?가 나왔는데, 어디에도 표시가 없으니, 두리번거리다가 일단 건너서 물어봅니다. 아니, 세상에나! 아무리 먹고 살아가기 힘들다고 하여도, 자기 나라를 찾기 위해 독립투쟁을 하며 주보성인으로 모셨던 야고버 성인의 무덤이 있는 까미노 콤포스텔라 방향조차도 모른다고요? 그런데 오늘 우리의 구세주 내외를 만났어요. 가던 길을 뒤돌아서 함께 길을 건넌 후에 건물 벽에 타일로 붙어있는 표지판을 가르쳐주셨습니다. 우린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감사를 표했습니다.그 골목길에는 오가는 사람들로 가득 차 넘치고 인증서까지 받은 까미노들이 레스토랑에 앉아 식사하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호프 진풍길을 외치며 야단법석이 벌어졌어요. 공영인 처사님도 덩달아 좋아하셨답니다. 대광장에서 머물다가 인증서 받는 일이 급한지라 윤 단장님 인솔 하에 아랫길로 내려가 줄을 섰어요. 10시 30분경에 광장에 도착하여, 1시간 반 이상 서 있었답니다. 윤기중 단장님, 지난 1년 동안 계획 수립과 진행 및 현지 지도를 통해서 수고 많으셨어요. 이제 까미노 포로투게스 220Km를 10일 동안 걸은 대장정을 전원 무사히 마쳤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증서를 받으려고 줄을 섰어요. 길고도 길지만 몇 키로를 걷는다고 생각하면, 그 시간을 이용해서 새벽에 쓴 글을 5인방에 옮기니 일석이조이고 바쁘게 손가락을 움직이니 운동도 되는군요. 감사합니다. 윤기중 단장님, 지난 1년 동안 계획 수립과 진행 및 현지 지도를 통해서 수고 많으셨어요. 이제 까미노 포로투게스 220Km를 10일 동안 걸은 대장정을 전원 무사히 마쳤습니다. 감사합니다.

 

대광장을 지나면, 동키호테를 쓴 세르반테스를 기념하는 세르반테스 광장이 있어요. 거기에 이름난 식당이 있는데, 6년 전에 프랑길을 걷고 와서 당시 P단장님 안내로 식사한 적이 있습니다. 순례자들이 1열로 가는 모습이 그려있는 곳이지요. 어찌나 사람들이 많은지 찾지 못하고, 광장 천막식당에 들어가 돼지갈비 구이와 고추볶음에 빵을 먹었습니다. 식후에 숙소를 잡기 위해 배낭을 메고, 옛날 묵었던 나자로 호스텔을 향해 걸었어요. 걷다가 두 세군데 숙소를 물어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