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삼남,영남,관동길

경기 영남길 6길(은이성지길)을 걷다 (1) / 2016. 1. 29 (금) 09:05 은이성지-09:44 신덕고개-10:02 어두니고개

august lee 2016. 1. 29.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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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덕고개- 어리는 은이고개라고 부르고 싶어요. 은이고개에서 신덕을 기르면 되겠죠?


어두니 고개- 산너울길이 시작됩니다.



2016년 1월 29일(금) 오전 7시 30분에 집을 나섰어요. 남부터미널에서 08:10 출발인 진천행 버스(요금 3,000원)를 타고 40분만에 양지터미널에 내렸습니다. 조금 기다리니 택시가 와서 은이성지로 향했어요(요금 3,300원). 09:03 성지에서 바로 경기 영남길 제6길(은이성지, 마애불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걸으니 담장에 시詩를 써 붙여놓은 집이 눈에 띄였는데, 시인 이채 님의 자택인가 봐요. 이채 님은 만난 적이 없지만 얼마 전, 제 블로그에 좋은 글이라고 시 한편을 소개했어요. 그런데 자기의 시를 이름도 적지 않고 게재했으니 삭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바로 삭제했는데 그 분 시가 담장에 10 여 편 전시되어 있어 사진을 몇 장 찍었어요. 세상은 넓고도 참 좁다는 생각이 들었니다.


이젠 자동차가 다닐 수 없는 산길에 접어들었어요. 생가 솔뫼에서 박해를 피해 저 고개 너머 골재실 마을로 옮겨 살던 15세 소년 김대건 님이 성소(聖召, 성직자가 되어 봉사하라는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를 받아, 은이성지에서 신학생으로 선발되어 마카오로 유학을 떠나셨습니다. 좌로 갈미봉과 우로 형제봉을 낀 계곡길을 걸으니, 웬지 숙연해지고 성스러운 기운이 감도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오르막길 전에 안내판이 있어서 읽어보았습니다.


삼덕고개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1821-1846)이 170년 전, 서울 새남터에서 순교하시자 이민식 빈첸시오(1829-1921) 교우가 그 시신을 수습하여 미리내 성지로 모실 때 숨어서 걸었던 일부 구간이랍니다. 삼덕이란 믿음과 소망과 사랑의 세 가지 덕목이죠. 삼덕고개는 은이성지- 신덕信德 고개- 곱든고개- 문수봉 삼거리- 망덕望德 고개- 석포숲 삼거리- 쌍영산 삼거리- 애덕愛德 고개- 미리내 성지에 이르는 13.4Km(도보 4시간 30분)의 능선길입니다. 실제 걷는 거리는 곱절쯤 되고, 시간도 노인 걸음으로 7~8시간 걸릴 것이라고 봅니다. 언젠가 한 번 그 순례길을 온전히 걸어보고 싶어요.


경기 영남길 제6길 은이성지길과 문수봉 마애불길 일부가 겹쳐지며, 천주교 신자들의 순례길이기도 합니다. 저는 신덕고개에서 좌측으로 올라 어두니 고개에서 우측 산너울 2길을 걸었어요. 하루 종일 오르내리기를 수 없이 되풀이합니다. 칠봉산에서 문수봉에 이르는 산들이 마치 너울(파도)처럼 물결을 이루듯 오르내리기를 반복해서 용인너울길이라고도 부르는가 봐요. 리봉과 푯말을 보고 쉽게 찾아갈 수 있습니다. 도중에 곱든고개에서 능선을 내려와 문수봉에 다시 올라갔다가 정상(403m)에서 내려오는 길에 마애불과 보현불이 새겨진 바위를 친견하고 내려왔어요. 고려시대 작품이라고 하네요.


좌로는 용인농촌테마파크, 우로는 큰절을 보며, 법륜사 방향으로 내려와 좌회전하면 내동연꽃마을이 나와요. 거기에서 이리저리 꾸불꾸불 돌아 고당리와 가재울리 사이 야산 능선길을 걸어 원삼면 독성리에 이릅니다. 제6길은 총 15.4Km인데, 전전날 걸은 남곡리에서 은이성지까지 2Km를 빼면 13.4Km이죠. 그런데 오늘 실제 걸은 거리는 35,800보(25Km)이고, 걸은 시간은 5시간 50분, 시속 4.3키로에 1,363 Kcal였습니다. 나중에 독성리 버스종점을 750미터 남겨두고 길을 잘못들어 17번 국도까지 약 3키로를 걸었지만, 산길은 실제로 거의 두 배가 되고 시간도 더 걸려요.


원삼면 두창리까지 가서 길안내를 받아 가재울교를 건너 우리가 작년에 걸었던 17번 도로까지 갔습니다.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16:15분 수원행 10번 버스를 타고 16:35분 양지터미널에 도착했어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길 건너편에 대기중인 남서울터미널행 경일여객 버스에 올랐어요. 17:15분에 서울에 도착한 것까지 순식간에 이루어진 일입니다. 원삼면 독성리 종점에서 10-4번  버스(30분 배차)를 탔어도 57번 도로로 용인버스터미널로 오면, 운동장, 송담대역에서 경전철로 기흥역, 거기에서 분당선과 신분당선을 이용하면 3~4시간 걸릴 수 있어요. 서울행 버스 속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천주교와 불교의 성지순례길을 걸은 어리를 어여삐 보셔서, 누가 합동으로 도와주지 않았을까 하는 착각에 빠져보기도 했어요. 몸은 조금 힘들고 피곤해도 정신이 맑고 마음도 편했습니다. 단잠을 자느라고 그랬는지 꿈에 아무도 나타나지 않아서 조금은 서운했지만......  오늘 걸으며 일용한 양식은 김밥 한 줄(2,000원)과 크림이 들어있는 바켓트 1개(3,900원), 온수 1L였습니다. 휴대한 과일을 깎아 먹을 겨를도 여유도 없이 겨우 커피 한 잔 타 먹었어요. 버스와 택시비를 모두 포함해서 16,450원의 행복을 누린 하루였습니다. 무사히 산행을 마치게 되어,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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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버스에서 용인 최고봉 석성산(471m)이 보여요.


  08:48  양지버스터미널


양지버스터미널입니다.


택시로 이동한 은이성지 앞




21  09:03



제6길은 남곡리에서 은이성지까지 2Km를 더해서 모두 15.45Km입니다.

그러나 걸어보니 산길은 거의 두 배인 25Km를 걷고 시간도 노인 걸음이니 1.5배 이상 소요됩니다.








31  09:13  앞 건물이 너싱홈인데, 아마도 노인요양원이겠죠? 건강할 때 걷고, 걸으며 건강을 지켜야죠.



이 커브를 돌아가면 시詩가 전시된 담을 만납니다.







시인 이채 님의 시가 전시되어 있는 주택을 지나갑니다. 작품을 찍은 것은 괜찮겠죠?


41  09:20







배려서당이군요.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51  09:26







61  09:36



신덕信德 고개가 보여요. 은이고개라고도 말해볼까요?





71 09:44






와우정사 방향으로 내려가는 계곡길. 시신을 모셨던 길이라고도 합니다.



신덕고개에서 형제봉으로 가는 계단길이 보입니다.


산너울2길입니다. 산너울1길은 좌측 좌전고개쪽에서 이어지는가 봐요.

너울이란 바다의 큰 파도를 말하며, 부녀자들이 머리에 쓰고 얼굴을 가리는 천을 말하기도 합니다.


81  09:48


신덕고개와 은이산 방향을 내려다 봅니다.



85  09:50  와우정사 방향 계곡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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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