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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처음이니 죽주산성과 비봉산을 넘었지만, 다음에는 죽산면사무소에서 비봉산 입구로 직행하면 2시간을 절약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8-B길이라고 명명하고 싶었습니다. 내려가는 발걸음은 가벼우니, 오전중에 황새울마을과 조비산 鳥飛山에 다다를 것같았어요. 한택식물원이 어디쯤인지 궁금했지만 동네길과 농로를 따라 이리저리 꾸불꾸불 걸었습니다. 도중에 꽤 큰 규모의 포도원과 참 아늑하고 멋있는 전원주택들이 보였어요. 걷는 제 앞에 멋있는 조비산이 떡 나타납니다. 깨끗한 개울물에 짙은 녹물이 뒤섞이는 모습을 보니, 환경운동가들이 생각 났어요. 황새울마을에 경기 영남길 안내판을 보니, 참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정오가 넘으니, 조비산 능선을 타느냐? 아니면 택시를 불러 황새울관광농원이나 MBC 드라마 대장금 촬영장까지 이동하느냐? 유혹의 손길이 뻗쳐오는 것을 뿌리치느라고 좀 힘들었어요.
지난 주 토요일(2월 6일) 안성추모공원을 넘어 오면서 땀 흘렸던 비탈길이 생각 났어요. 능선길에 안내 리봉이 있는데, 땀을 좀 흘리자! 당장은 힘들고 숨 가쁘지만, 지내놓고 보니 신진대사가 잘 되고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낍니다. 산너울3길이는 표지가 간혹 보입니다. "그래, 정배산까지만 오르면, 아홉 봉이라지만 물결처럼 산너울을 넘지 못하겠니? 하자, 힘 내자!" 자신을 달래가며 오르막길을 올랐어요. 저 멀리 송전탑 아래 안성추모공원 묘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서, 어리를 응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정배산을 넘었는데 도중에 또 봉우리가 하나 더 있었어요. 한남정맥으로 이어지는 달기봉입니다. 그래도 넘고 또 넘어 산너울을 타고 또 탔습니다. 1봉, 2봉, 3봉, 4봉....... 봉우리에 번호를 붙여주며, 오르락 내리락 재미를 붙여보았어요.
우측에는 대장금 마을, 좌측에는 블루원 골프클럽입니다. 좌측 골프장 아래 57번 도로는 닷새 전에 구봉산길 입구를 잘못 찾아 둘레길 삼아 헛걸음을 많이 걸었던 길이죠. '아홉 번쯤 될 데......' 생각하는 어리 앞에 조망대가 나타나는데 올라가보니 구봉산입니다. 이젠 둥지박물관까지 200m를 내려가야하는데, 아무도 없던 능선에 젊은이가 뒤쫓아 왔어요.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죽산에서 오전 9시 30분에 출발했답니다. 2시간 뒤에 출발한 젊은이가 구봉산 전망대에서 어리를 추월했지만, 반갑고 그 힘찬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오후 4시 전에 하산하려고 서둘다가 남은 김밥 한 줄을 먹는데, 배낭을 지고 오르는 젊은이와 일가족을 만났습니다. 마을에 내려왔어요. 창조의 아침이라는 기숙 미술학원도 보이고, 팬션들도 많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꽤 긴 농로를 내려오니, 원삼면 독성리이네요. 제6길 은이성지 마애불길이 끝나고, 제7길 구봉산길이 시작되는 입구입니다. 저 앞에 어리가 산에서 내려와 직진하면 만날 수 있군요, 큰 위성 안테나들이 있었는데 산너머인바 봐요. 독성리 버스 정류장에서 콜택시(6,900원)해서 오후 5시, 백암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5시15분 백암발 남부터미널행 경일여객은 1시간만에 데려다 주네요. 49,000보(34.5Km), 7시간 50분 산길 걷기, 시속 4.4Km이고 에너지는 1,819 Kal입니다. 다행히도 발은 이상 없고, 서너 시간 자고 나니 하루가 꿈만같이 느껴지고, 항상 제 옆에 누군가가 지켜봐주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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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