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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치악산 한의원이 있네요. 치악산 산신령님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환자들을 한방으로 치료해주는 곳인가 봅니다. 안흥 11Km라는데 그냥 변두리를 스쳐만 가지, 찐빵마을까지 가지는 않아요. 그 쪽에도 관동길은 있을 것같지만 지도를 보니 터널을 두어 개나 지나고 산을 넘는 곳은 주로 主路가 아닐 것입니다. 닭들을 놓아 기르는 농장을 보며 흐뭇한 맘으로 지났어요. 저쪽 시골길을 지나게 되면 층층 닭장 철망에 갇혀서 소리도 못내고 살아가는 닭알공장을 보고 맘이 언짢았습니다. 또 고개를 넘는데 원주시 소초면을 벗어나 횡성군 우천면에 들어서고요 그 첫 인사가 횡성한우 삼호정 식당입니다.
복숭아에 노랑 봉투를 덮어씌웠네요. 좌측엔 고속도로 옆 케이프라이드 회사고, 우측엔 휘닉스 모텔입니다. 황토찜질방을 그냥 지나갑니다. 하루 종일 길가 찜질방에서 땀을 흘리며 살아가죠. 도림가든 식당 긴 바위에서 여주인의 양해를 얻어 쉬어갑니다. 이제서야 찰옥수수 장수를 시작하나봐요. 역골교차로에서 우측으로 들어가면 백달리 마을입니다. 버스정류장에 시간표가 있지만, 동서남북도 동네 지명도 모르니 그걸 읽지 못해요. 지나가는 길손도 잘 이해할 수 있는 버스 시간 안내방법은 없을까 생각해봤습니다. 119 횡성 우천소방서를 지나니, 오매불망 기다리던 새말교차로가 나타났어요. 좌측엔 횡성이고 우측엔 오원리인데, 저 앞산을 보니 넘어야할 것같았습니다. 좀더 가니 좌측으로 둔내와 민족사관고등학교로 가는 모란교차로입니다. '아하! 길가 찰옥수수 가게에서 찐 걸로 두어 개 살텐데....'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개를 넘으려면 힘이 있어야 하는데, 시장기가 들었나 봅니다. 시장기를 느끼는 사람은 그것이 행복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배 고프다고 투털대기 쉽데요.
산을 넘어갈 맘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걷는데 길은 구불구불 산을 돌고 돌기만합니다. 중고 건축자재공장을 지나니 칡꽃이 보이고, 저 앞에 산과 산을 이어 고가로 달리는 영동고속도로가 나타났어요. 그리고 맨 오른쪽은 저속차량 전용인 오르막 차선 두 개가 시작됩니다. 가압장을 지나 효소랑 공장이 나오는데, 관동길 카페에서 그 사진을 보았어요. 거기서부터 본격적으로 고갯길이 시작됩니다. 제일 가파른 고갯길이 시작되고 힘도 점점 빠져갔어요. 가장 높은 곳에서 하계를 내려다보는 여유를 체험해야 하는데, 숨이 차고 힘들어서 도중에 주저 앉아 쉬었다갑니다. 머리 위로 달리는 영동고속도로에서 차들이 씽씽 달리는 소리가 들려요. 먹을 것은 물론 물도 보온병에 들어있는 온수 한 컵 이외에 다 떨어졌습니다. 지도를 보니 2키로만 걸으면 영동고속도로 강릉방향 횡성휴게소가 봉화로와 딱 붙어 있어 직원용 통로를 찾아 매점에 가기로 몸과맘을 달래면서 길을 내려왔어요. 희망과 목표가 없다면 힘든 현실을 이겨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3,40분만 걸으면 된다고 맘 먹으니 목 마름도 배 고픔도 싹 가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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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