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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직설적 질문- 박창억 논설위원 / 세계일보 2019.05.11

august lee 2019. 5. 11. 23:14

 

2003년 7월20일 정상회담을 마친 노무현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청와대 측은 기자들에게 질문을 북핵, 한·영 관계 등 외교안보 현안에 국한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 회견이나 대담을 마치고 나면 기자들의 질문이 논란이 될 때가 많다. 송 기자는 문 대통령의 답변 도중 말을 끊고 질문을 던지거나 야당 주장을 인용해 '독재자'란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2003년 7월20일 정상회담을 마친 노무현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청와대 측은 기자들에게 질문을 북핵, 한·영 관계 등 외교안보 현안에 국한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한국 기자는 당시 가장 민감한 국내 정치 이슈인 2002년 대선자금 문제를 질문했다. 노 대통령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야구할 때는 야구 얘기를 하고, 축구할 때는 축구 얘기를 하자”며 즉답을 피했다. 당시 이해성 홍보수석은 기자들에게 몇번씩이나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회견이나 대담을 마치고 나면 기자들의 질문이 논란이 될 때가 많다. 문재인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올 1월 신년 기자회견 때 라디오방송의 한 기자가 소속사와 이름을 말하는 걸 잊었다. 그러고는 “경제 기조를 바꾸지 않는 이유를 알고 싶다.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냐”는 취지로 물었다. 얼굴이 굳어진 문 대통령은 이 질문에 “30분 내내 말씀드린 것이다. 새로운 답이 필요할 것 같지 않다”고 사실상 답변을 거부했다. 이후 인터넷에서는 이 기자에 대한 인신공격과 욕설이 줄을 이었다.


9일 문 대통령의 취임 2주년 특별대담이 끝난 뒤 대담을 진행한 송현정 KBS기자가 화제에 올랐다. 송 기자는 문 대통령의 답변 도중 말을 끊고 질문을 던지거나 야당 주장을 인용해 ‘독재자’란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송 기자의 ‘직설적 질문’을 두고 전여옥 전 의원 등 보수 인사들은 “진짜 방송 언론인”이라고 극찬했다. 반면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인상 쓰고 예의 없이 말을 끊었다” 등의 글을 인터넷에 올리며 KBS와 송 기자의 사과를 요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KBS 수신료 폐지 촉구 청원도 올라왔다.


정작 문 대통령은 이번 대담에 “공격적인 질문이 있었어도 괜찮았다”며 만족해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맥빠진 질문보다는 직설적 질문이 훨씬 낫다.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권력자가 인터뷰 상대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50년간 미국 백악관을 출입하며 언론사에 큰 족적을 남긴 헬렌 토머스(1920∼2013)는 이런 말을 남겼다. “기자에게 무례한 질문이란 없다.”


박창억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