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7월20일 정상회담을 마친 노무현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청와대 측은 기자들에게 질문을 북핵, 한·영 관계 등 외교안보 현안에 국한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 회견이나 대담을 마치고 나면 기자들의 질문이 논란이 될 때가 많다. 송 기자는 문 대통령의 답변 도중 말을 끊고 질문을 던지거나 야당 주장을 인용해 '독재자'란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대통령 회견이나 대담을 마치고 나면 기자들의 질문이 논란이 될 때가 많다. 문재인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올 1월 신년 기자회견 때 라디오방송의 한 기자가 소속사와 이름을 말하는 걸 잊었다. 그러고는 “경제 기조를 바꾸지 않는 이유를 알고 싶다.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냐”는 취지로 물었다. 얼굴이 굳어진 문 대통령은 이 질문에 “30분 내내 말씀드린 것이다. 새로운 답이 필요할 것 같지 않다”고 사실상 답변을 거부했다. 이후 인터넷에서는 이 기자에 대한 인신공격과 욕설이 줄을 이었다.
9일 문 대통령의 취임 2주년 특별대담이 끝난 뒤 대담을 진행한 송현정 KBS기자가 화제에 올랐다. 송 기자는 문 대통령의 답변 도중 말을 끊고 질문을 던지거나 야당 주장을 인용해 ‘독재자’란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송 기자의 ‘직설적 질문’을 두고 전여옥 전 의원 등 보수 인사들은 “진짜 방송 언론인”이라고 극찬했다. 반면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인상 쓰고 예의 없이 말을 끊었다” 등의 글을 인터넷에 올리며 KBS와 송 기자의 사과를 요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KBS 수신료 폐지 촉구 청원도 올라왔다.
정작 문 대통령은 이번 대담에 “공격적인 질문이 있었어도 괜찮았다”며 만족해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맥빠진 질문보다는 직설적 질문이 훨씬 낫다.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권력자가 인터뷰 상대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50년간 미국 백악관을 출입하며 언론사에 큰 족적을 남긴 헬렌 토머스(1920∼2013)는 이런 말을 남겼다. “기자에게 무례한 질문이란 없다.”
박창억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