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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소리나 감정을 잘 모른채 살아가는 현대인- 함영준 / 조선일보 2020.6.25

august lee 2020. 6. 26. 20:12

함영준 마음건강 길 대표 

 

마음의 세계는 복잡하다. 21세기 초스피드 시대 살아가는 우리들은 더더욱 내면의 소리나 자기감정을 잘 모른 채 살아간다. 자동 조종 모드(auto-pilot)의 습관적 삶 속에서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생각하고 일하고 먹고 걷고 운전하는 경우가 많다

바쁘기도 하지만 내면의 욕구와 감정을 외면·억압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 우리는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훈련을 받아본 적이 없다. 어려서는 부모나 어른이 내리는 옳고 그름의 판단을 따랐고, 학교서는 분석·비판·평가하는 논리적 사고에 익숙했으며, 커서는 직장이나 일반 규율에 맞춰 행동해왔다. 튀는 행동이나 평소 안 해본 엉뚱한(?) 생각이 떠오르면 무시해버리거나 억눌러 버렸다.

심리학자들은 마음은 일반 사회와 같다고 말한다. 선·악·미·추 온갖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자연스런 속성이다. 그러나 이를 의도적으로 배제·억압하려고 들면 마음은 반란을 일으킨다.

심리학에 ‘흰색 북극곰 효과’라는 간단한 실험이 있다. 실험 참가자들은 이런 주문을 받는다. “눈을 감고 1분간 자유롭게 생각하라. 단 ’흰색 북극곰‘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참가자 대부분은 오히려 흰색 북극곰을 여러 차례 떠올리게 된다. 이것이 마음의 속성이요, 생각의 역설이다. 생각은 하지 않으면 않을수록 더 나는 법이다.


설령 강한 의지로 내 의식에서 배제했다고 해도 마음 깊은 곳 어딘 가에 남아 먼 훗날 전혀 엉뚱한 곳에서 배출될 수도 있다.

감정을 너무 표출해도 문제가 되지만, 너무 억눌러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마음의 감정·생각·욕구를 배출하는 심리적 ‘압력조절밸브(pressure control valve)’를 잘 운용해 어떤 경우에서는 그 심리적 에너지의 ‘발산’을, 또 다른 경우에서는 ‘통제’를 적절히 수행해나가야 한다.

그러나 그 복잡한 마음의 메카니즘을 어떻게 잘 알 수 있을까. 예컨대 임상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분노나 혐오감정을 가질 때 그 원인 제공자가 실은 상대방이 아니라, 훨씬 오래 전 겪은 트라우마나 상처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때문에 자기 내면에 대한 탐색이 필요하다.

인간의 행동이나 반응은 복합적인 원인에서 비롯된다. DNA 등 유전적 요인, 살아온 환경과 경험, 그리고 본인의 생활습관, 사고방식, 인간관계 등과 맞물려 결정된다. 그런 프로세스를 거쳐 나온 행동과 반응의 궤적이 결국 그 사람의 성격·인격으로 평가된다.

그러면 사람의 성격은 고칠 수 있는가. 심리학자나 뇌과학자 등 전문가들은 대부분 가능하다고 말한다. 특히 명상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기 마음의 작용을 알게 되면, 외부의 자극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뇌가 움직여 진다는 것이다.

바로 그 지혜로운 대처가 원만한 사회생활, 인격의 성숙, 내면의 자신감과 행복으로 구현된다고 한다. 정신분석학자 빅터 프랭클은 그 심리적 프로세스를 이렇게 표현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는 자신의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있다. 그리고 우리의 반응에 우리의 성장과 행복이 좌우 된다"

 

※ 명상 유튜브 영상(클릭해 실습 해보세요)

■ 초보자를 위한 5분 명상

■ 언제 어디서나 3분 잠깐 명상

 

 

◇ 명상 실습

정좌명상은 마음챙김명상의 핵심이다. 처음에는 약 10분 내외로 하다가 숙련이 되면 45분~1시간 가량 한다. 물론 그 이상 할 수도 있다. 방법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누구나 해온 복식호흡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머리, 목 등을 똑바로 세워서 곧고 위엄 있는 자세로 앉아서 단지 숨이 들어가고 나가는 것만 ‘관찰’하면 된다.

(자세가 자꾸 신경 쓰이면 처음에는 자유롭게 의자에 앉아서 편하게 해도 된다. 단 호흡에만 신경을 집중한다.)

중간에 잡념이 들어오면 그걸 알아차리고, 부드럽게 주의를 복부가 오르락내리락하는 호흡 쪽으로 되돌리면 된다. 바로 이때 마음 근육이 발달한다. 바깥으로 돌아다니려는 마음을 알아차려 조용히 호흡으로 되돌릴 때 알아차림과 주의력 집중의 내면 근육이 강해지는 것이다. 동시에 인내심과 비(非)판단의 힘도 커진다.

■1단계: 호흡 알아차림

- 정좌명상 자세로 앉아 자연스럽게 코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그 과정을 마음으로 관찰한다.

- 차츰 호흡이 안정되면 복식호흡으로 들어가 들숨 때 아랫배가 부풀어 오르고 날숨에 내려가는 전 과정을 알아차린다.

■2단계: 신체감각 알아차림

- 주의(알아차림)를 몸 전체의 감각으로 확장한다. 호흡명상을 유지하면서 보디스캔 하듯 신체의 일부분 또는 전체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알아차린다.

- 어떤 느낌이 와도 저항하거나 되도록 바꾸려 들지 말고 단지 느낀다. 다만 느낌이 드는 부위에 숨을 불어넣고 내쉬면서 이완시킨다.

■3단계: 소리 알아차림

- 이제 주의를 호흡→신체에서 소리 영역으로 확장한다. 단순히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나 내 몸 안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는다.

- 이때 들리는 소리가 무엇인지, 좋은지 나쁜지 등 판단·생각하지 말고, 마치 난생 처음 듣는 소리인양 그저 들을 뿐이다.

- 만약 음조나 리듬이 있는 음악일 경우 들숨에 소리를 몸 안으로 들이고 날숨에 다시 흘러나가도록 상상해도 좋다.

■4단계: 생각·감정 알아차림

- 이제 주의를 호흡→신체→소리에서 생각·감정으로 전환한다. 떠오르는 생각·감정을 내 의식의 중앙무대로 옮겨 그저 물끄러미 바라본다.

- 어떤 생각·감정이 일어나든 그것에 대해 2차,3차 생각에 빠지지 말고 소리나 감각을 대하듯 단지 관찰만 하라. 그러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 (그것이 나중에 해결과 치유 등을 제공해주는 통찰과 성찰로 이어진다.)

■5단계: 선택 없는 알아차림

- 단지 앉아 있어라. 어떤 대상에도 특별히 초점을 맞추지 말고 그냥 의식에 떠오르는 것을 열린 자세로 수용해 바라보고 관찰만 하라.

- 수련이 거듭돼 무엇이든 받아들이고 알아차릴 때 우리의 자각은 무시간·무한대로 펼쳐지며 ‘나는 누구인가?’ '내 인생의 목적은?' ‘진리는 무엇인가?’ 등 새로운 차원의 자각의 장으로 초대받게 된다.

글ㅣ 함영준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국내에서는 정치·경제·사회 분야를, 해외에서는 뉴욕, 워싱턴, 홍콩에서 세계를 지켜봤다. 대통령, 총리부터 범죄인, 반군 지도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과 교류했으며, 1999년에는 제10회 관훈클럽 최병우기자 기념 국제보도상을 수상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평소 인간의 본성, 마음, 심리학, 뇌과학, 명상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2018년부터 국내 저명한 심리학자들을 초빙, ‘8주 마음챙김 명상’ 강좌를 조선일보에 개설했다.

마음건강 종합 온라인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2019년 창간해 대표로 있다. 저서로는 우울증 치유기 <나 요즘 마음이 힘들어서>, 40대 중년 위기를 다룬 <마흔이 내게 준 선물>, 한국 걸출한 인물들의 인생기 <내려올 때 보인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