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2016년 1월 16일(토) 오전 7시 10분쯤 경기 영남길 제4길 석성산길을 걸으려고 집을 나섰어요. 강남역에서 신분당선으로 정자역에 가서 분당선으로 갈아 타고 기흥역까지 갔습니다. 거기에서 6분 배차인 경전철로 08:30 어정역에 도착했어요. 동백호수공원을 걸으니 제3길 구성현길이 끝나고 제4길 석성산길이 시작되는 팻말도 있었습니다. 자! 쉽게 길 안내를 받았으니, 이제 산을 올라야지요. 몇 해 전 동백 호수마을에 사시는 큰동서댁에 갔을 때 혼자서 석성산에 오른 적이 있어서 가파르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오르는 길에 동백문화유적전시관과 동백도서관이 있었고 산책 코스를 잘 만들어 놓았어요. 그런데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몇일 전에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있는데 백설이 내리니, 설국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어요.
경기 영남길 제4길 석성산길은 석성산을 넘어 용인시청까지 6.5키로이고 3시간이 걸린다고 안내도에 나와있습니다. 그런데 그 것은 직선 거리이고, 통상 걷는 것은 특히 산에서는 곱절로 잡아야 했어요. 비탈이 경사가 심해서 일찍 아이젱을 걸고 걸었습니다. 우리들의 통상 호흡법이 잘못되었다고 하는 소식을 들어서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길게 배앝는 방법을 연습했지요. 가쁜 숨을 쉬고 올라가는데, 심폐 기능이 떨어졌는지 헐떡이고 깔딱고개를 넘어갑니다. 하지만 편하려고 경기 영남길을 나선 것은 아니지요. 작년 영남길을 내려갈 때에는 경기도에도 개통식하기 전이라 안내 표지도 별로 없었습니다. 그냥 길따라 걸었지 산을 넘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경기 영남길은 1개 코스에 산을 하나 넘어야 하는가 봐요.
금년에 4일째 걷는데 첫날은 넘지 않고 통과했지만 청계산 옛골에서 이수봉까지 거의 다 올라야 합니다. 둘째날 낙생역길은 불곡산과 대지산을 넘었어요. 셋째날은 구성지구 법화산 정상을 넘어 동백호수공원까지 왔습니다. 이제 넷째날은 석성산 石城山(471m)을 오르고 있어요. 눈이 쌓여있는 산 속에 또 눈이 내리니 천지가 온통 하얀 설국 雪國, 산신령이 우리 마음을 정화시켜주고 있는 것 같고, 청폐 淸肺라고 하더니 허파를 깨끗이 어서 씻어가라고 기회를 주시는 것 같습니다. 등산객이 몇 분이 있는데, 힘이 좋은 젊은이들에게 양보하면서 쉬엄쉬엄 오르며 스틱으로 손자들 이름을 쓰고 인증샷도 합니다. 현서, 주헌, 주오, 예준입니다. 태명을 모르는 복동이 손자도 있는데 그 이름은 빠졌군요.
출발할 때 1,2코스 팻말이 있던데 중간에는 만나며, 정상에 오르지 않고 빙 둘르는 산 중턱 둘레길도 있나봅니다. 오르며 젊은이에게 정상으로 가는 길을 물으니 능선과 계곡마다 사람들이 오르내려서 수도 없이 많다고 하네요. 경기 영남길은 1코스와 이어집니다. 태산이 높다하되 --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이 없다고 했죠. 2시간만에 석성산 정상(471m)에 올라 인증샷도 하였습니다. 산세를 보니 커다란 바위로 거인들이 내려와서 마치 성城 쌓기 놀이를 하다가 하늘로 올라간 것같아요. 용인의 진산 鎭山으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도 하고, 부산 동래에서 시작되는 내지 봉수 烽燧가 전해지기도 했답니다. 내려오는 길에 보니 군부대도 있었어요.
조금 내려오니 바로 아래 통화사라는 절이 있는데, 그 절로 이어지는 넓은 길 덕분에 맘 놓고 편하게 하산할 수 있었습니다. 그 거리는 능선따라 오르내려서 등산 코스보다 두 배는 더 길었어요. 곳곳에 쉼터가 있고 라이온스클럽에서 마련한 시 詩가 있어서 사진에 담았습니다. 눈길에도 등산객은 가끔 눈에 띄였어요. 제 만보기에는 어정역에서 용인시청까지 20,000보 (14Km)입니다. 안내도에는 6.5키로 3시간인데, 제 걸음으로는 14키로에 4시간입니다. 오르기에 2시간이고 내려가기에 2시간 걸렸어요. 시간은 우천관계도 있고 젊은이를 기준으로 하면 더 걸릴 수도 있겠죠. 그러나 거리 6.5키로가 14키로까지 달라진 것은 오르고 내려갈 때 허공에 머무른 보폭이 합해진 것같습니다.
용인문화복지행정타운이라는 긴 이름은 용인시청 이외에 처인구청이나 보건소, 문화센터나 노인시설 등이 모여 있어서 그런가 봐요. 건물 규모가 도청쯤 되는 줄 알았답니다. 이제 제5길 수여선 옛길입니다. 옛날 아니 1972년까지 협궤로 운행되던 수원과 여주를 잇는 철도가 놓였던 자리를 따라 걷는 코스로, 용인중앙시장(운동장, 송담대역)까지는 그러 합니다. 그 다음부터는 봉두산(200m) 능선을 따라 양지면 남곡리까지 이어지는 총 11.6키로에 4시간이 소요된다고 나와 있어요. 우리 7인방은 그걸 몰라서 작년에 위험을 무릎쓰고 먼지를 마시며 자동차길을 걸어 남곡리까지 걸었습니다. 나중에 마을길에서 영남길 표시 리봉을 따라 행복한 마당식당까지 갔다가, 버스를 타고 용인중앙시장까지 되돌아 왔어요.
이번에 어리는 금학천 따라 이어지는 경기 영남길을 걷다가 김량장역 부근 김밥집에서 김밥 두 줄은 먹고, 용인중앙시장(운동장, 송담대역) 까지 4키로 정도 더 걸었습니다. 하루 종일 27,400보(19킬로)를 석성산 넘고 걸었어요. 봉두산으로 이어지는 영남길을 확인하고, 송담대역에서 경전철로 기흥역까지 와서 분당선으로 귀가하였어요. 하얀 설국에 다녀온 감명 깊은 주말 하루였습니다. 비용은 김밥 두 줄 3,000원이었고요, 참으로 알차고 값진 홀로 여행길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영남길 탄천은 좌측이고, 성복천은 위쪽입니다.
10 08:28
13 08:33 걷기 시작
20 08:44
30 08:51
40 09:02
50 09:10
60 09:24
70 09:31
75 09:34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