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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11분에 안성 일죽 금산리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어요. 제9길 죽산성지순례길이 끝나고 제10길 이천 옛길이 시작되는 금산리는 금산 金山-금으로 이루어진 산- 최고의 부자 동네이군요. 금산수퍼를 지나니 벽에 마을 내력과 안내지도가 그려져 있습니다. 서서히 오르막 길인데, 150m 직진하면 상산전上山田 마을이고 우회전하면 전원마을이랍니다. 어리는 좌회전하니 무덤 가에 단독주택 몇 채가 나타납니다. '무얼 해 먹고 살려고 여기에 터를 잡았을까?' 걱정을 했는데, 조금 더 가니 양지 바른 곳에 남향집을 지을만한 터가 여기저기 눈에 띕니다. 호올로 외딴 곳- 물 좋고 공기 좋은-에 살고 싶은 맘이 발동하려는가 봐요.
율면栗面은 밤골이라는 옛 이름에서 나왔어요. 이 동네로 시집 온 며느리가 시집살이를 견디지 못하여 무당을 찾았데요. 무당의 말대로 100일 동안 매일 저녁 삶은 밤을 넣은 밥을 드렸더니 시어머니가 일찍 죽기는커녕 혈색이 좋아지고 건강해졌답니다. 효성이 지극한 며느리를 칭찬하고 다녀서 고부간의 갈등이 사라졌다는 밤골 이야기가 영남길 이야기에 소개되어 있어요. 호수옆 수변 공원에서 남은 김밥을 먹으며 달콤한 휴식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제 종점까지 8Km이니 시간 여유가 많아요. 배나무밭에는 아직 나무가지를 쳐주지 않았어요. 보온 때문인지 해충을 잡으려는 건지 나무 밑부분을 헝겊으로 감싸주었습니다.
산양리 마을에 망이산성과 마이산 이야기가 씌여있어요. 마이산 馬耳山-말귀와 같이 생긴 산- 정상에 망이산성 望夷山城이 있는데 패성敗城- 승전하지 못하고 패전한 성-이라고도 부른답니다. 임진왜란때 가등청정의 부하 장수가 망이산성에 진을 치고 있는데, 건너편 죽산성에 곽재우 장군과 맞섰데요. 망이산성에는 물이 풍족한데, 건너편 죽산성에는 물이 귀하다는 정보를 들은 왜장은 지구전을 펼쳐 항복을 받아낼 심산이었어요. 곽 장군은 부하들더러 흰쌀로 말을 씻기는 슝내를 내게 하니, '아하! 물이 넉넉하니 지구전은 안 되겠구나'하고 물러났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삼남길 독산성 세마대洗馬臺에 얽힌 이야기와 같군요.
하산하여 보니, 큰길 옆에 작년에 우리 7인방이 점심을 먹은 식당이 보여요. 그때에는 산길이 아니라 찻길을 따라 걸어왔습니다. 산양1리 용산동은 가재와 다슬기가 살아있는 청정마을이래요. 개울가 농로를 따라 일직선으로 걷다가 한참만에 비닐 하우스가 있는 곳에서 우회전하여 다리를 건넙니다. 언덕에 오르니 뉴삼보목장- 이천시 율면 일생로 429번지길인데, 건초더미 사이에 난 좁은 공간을 통과해야 숨어있던 영남길이 나타나요. 여기도 작년에 걸었던 길인데, 부분적으로 황토 흙길이고 쪽파가 밭에 그대로 겨울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이런 현상을 남도땅 해안가에서나 볼 수 있었는데, 한반도 기온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폐가도 가끔 나타나는 이 동네는 이천시 율면 산양2리입니다. 이름도 정겨운 '산골' 버스정류장은 있지만 하루에 시내버스가 두세 번 다니는가 보네요. 이제 종점까지 4.87Km가 남았으니 1시간 정도 더 걸으면 상황이 끝납니다.
앞길에 정자가 나오니 쉬어갈만도 하군요. 물댄동산이라고 500 여 종의 야생화와 150 여 종의 철쭉을 4,000 평방미터(약 1,300평) 시설에 꾸며놓은 곳을 지납니다. 돌다리가 있는 석교촌 이야기가 영남길 이야기에 소개되고 있어요. 힘이 센 안 장사가 과부 어머니를 위해 큰 바위를 가져다 돌다리를 놓아서 사람들도 많이 왕래하였다는 효자다리인데, 경주 부근에도 그런 전설이 전해져옵니다. 마을 골목길을 우측으로 돌아 좌회전하면 뒤에 정자가 쉬어가라고 손짓하는 것 같아요. 이제 개천을 좌로 끼고 이어지는 콩크리트 포장길을 걷습니다. 어재연 장군 생가를 3Km 남겨놓고, 비닐 하우스 넘버 구경을 하다가 영남길 리봉을 놓치고 길끝까지 계속 걸었어요. 오상1리 버스 정류장에서 어찌하나 걱정하다가, 옆에 있는 두루원 생활과학 건강수련원(황토 숯가마 찜질방)에 가서 부래미마을 가는 길을 물었더니, 조금만 내려가면 경남유리 직전에 길이 있다고 친절하게 가르쳐주셨습니다. 감사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걸음을 서둘렀더니 4~6분만에 저기 건물 옆에 영남길 푯말뚝이 보입니다. 꼭 마지막에 방심을 하다가 길을 놓치는 수가 있어요.
낯익은 부래미 마을길입니다. 여기서도 마이산이 보이니, 예전에는 마이산 정상과 통하는 능선이 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석산리 안불암이 전설에서도 박대 당한 스님이 재앙을 내린다는 전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여기 비닐 하우스에는 포도나무 가지를 자른 흔적이 보여요. 산성 2리 마을회관을 지나는데, 여기도 버스정류장 이름이 산골이어서 조금 혼란스럽게 합니다. 한참 걸으니 큰길이 나오고 0.9Km 남았다네요. 어재연 장군 형제의 생가 입구에 스탬프 찍는 곳이 있습니다. 100 m 되는 생가에 가서 강화도에서 순국하신 두 분과 조상님들에게 묵념을 드렸어요. 마을 입구에 만들어진 쌍충연雙忠淵 연못이 꼭 두 형제분 묘소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산을 하나씩 넘어야 하는 경기 영남길이 제9길에서는 평지였어요. 제10길까지 혼자서 조용히 외로움을 음미하며 사전 답사를 마쳤습니다. 충북까지 100 여 미터를 더 걸어가서 콜택시했더니 7Km 정도 거리인 생극 버스정류장까지 7,800원 나오고, 매시 30분에 동서울행 직행 버스(요금 7,300원)가 있어요. 오후 3시 30분발 버스가 45분쯤 와서 타고 거의 2시간 걸려서 귀가했습니다.
오늘 걸은 거리는 40,000보에 28Km이고, 정미 6시간(실제는 07:30부터 15:00까지 7시간 30분) 시속 4.7Km, 에너지 소요량은 1,400 Kcal였습니다. 애들이 왜 사서 고생하시느냐고 하는데, 그냥 단순한 고생이 아니라 즐거움입니다. 운동이라기보다 심신의 치유요, 치료로 신진대사가 원활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혹시라도 어리의 화보와 설명이 삼남길과 영남길, 경기 영남길을 걷는데 도움이 되고 참고하신다면 더 없는 영광이고 보람입니다. 마침 경기 영남길(주로 산길)을 안내해달라는 도반들이 열 분이나 계셔서, 1,2길을 걷고 3길 구성현길도 평지는 거의 다 걸었어요. 매월 2, 4 화요일에 종일 걷기로 했는데, 혹시 4월부터는 1,3 화요일로 바꿀 지 모릅니다. 오는 3월 8일(둘째 화요일) 오전 9시에 분당선 구성역에서 모여 법화산과 동백호수, 동백호수에서 석성산을 넘어 용인행정타운까지 산을 넘고 또 넘을 예정입니다. 멀리 보면 불곡산- 대지산을 걷고, 죽전에 내려와 단국대 캠퍼스에서 법화산에 오르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법화산에서 마성터널 위로 곧바로 석성산에 오르는 코스도 알아볼 생각입니다. 이 날 비용은 교통비 20,800원 (동서울- 죽산 5,700원, 생극-동서울 7,300원, 택시비 7,800원), 식대 7,900원 (김밥 두 줄 4,000원, 미역국과 햇반 3,900원) 등 총 28,700원입니다. 3만원의 행복을 만끽한 날입니다.
백미는 양지 은이성지길과 곱든고개, 문수봉과 이어지는 구봉산과 정배산과 조비산이 아닐까 합니다. 은이고개로부터 문수봉을 거쳐 안성 미리내 성지까지 걸어 김대건 신부님의 묘소를 참배하는 일도 영남길과 상관 없는 과제중에 하나입니다.
감사합니다.
산전은 망이산 아래에 있는 밭이라는 말이군요.
248 11:13
256 11:17
264 11:24 뒤돌아보고
272 11:32
이 사잇길이 영남길입니다.
280 11:35
288 11:43
뒤졸아봅니다.
296 11:49
304 12:13
312 12:21
작년에 우리가 점심을 먹었던 식당입니다.
320 12:25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