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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해프닝이 끝나고 정상 도보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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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치 좋은 바닷가 카페에서 비싼 커피를 마실 생각이 날까요? 휴가철에 경치 좋은 곳을 가려면 동네분들이 가로막을 쳐놓고 청소비 명목으로 몇 천원씩 통과세를 받던 일이 있었어요. 계곡이란 계곡은 모두 돗자리나 상을 차려놓고 자릿세를 받거나 음식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풍광 좋은 해변가를 걸을 때 통과세를 받기로 한다는 조례나 규칙은 제발 제정하지 말기 바랍니다. 그리고 뙤약볕 아래 길을 걸으니 준비해 간 생수가 바닥 납니다. 동네나 마을을 만나면 반가워 가게를 찾았지만, 없거니 있어도 잠을쇠를 잠가놓고 사람은 없어요. 농사 일이 바쁜데 손님도 없는 가게를 지키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입니다. 우리끼리니까 흉허물 없이 말씀 드리는데, 스페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순례길에는 마을마다 식수가 있고요, 길가나 집앞에 물병과 빵이 놓여있기도 합니다. 포도주를 마실 수 있게 배려해주는 양조장 이야기를 들어보셨죠? 밥 보시도 좋지만 물 보시普施가 얼마나 기분 좋은 일입니까? 이제 우리들도 '받는 즐거움보다 주는 기쁨'과 '베푸는 보람과 남을 배려하는 맘'을 실천해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프리카 난민이나 아동을 구호하는 일도 좋으나, 우리끼리 오순도순 물 한 나눕시다. 예로부터 과객에게 친절하였던 조상님들 이야기가 전해지고, 삼남길 걸을 때 동네 사람들이 베풀었던 일들이 생각납니다.
버스 정류장 유리와 의자를 깨끗이 쓸고 닦는 노인들을 보고 놀랐어요. 흔하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데 저기 저 정류장은 유리가 반짝반짝 빛나니 가서 카메라를 드리대도 해안 절경이 잘 찍힐 것같아요. 온정2리 팔각정에 도반 팔 명이 한 코너씩 차지하고 쉬면서 담소를 나눕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해프닝 하나의 뚜겅이 열렸어요. 한 분이 너무 더워서 아끼는 쟈켓을 벗어 배낭에 걸치고 걸었는데 땅에 흘려내렸지만 그걸 모르고 갑니다. 뒤따르던 도반님이 올커니 '왔구나, 왔어. 기회다'하고 얼른 주워서 옆 도반님의 배낭에 넣어둡니다. 팔각정에서 쉬면서 말을 걸었지요. 아니 J J J 님, 더워서 옷을 다 벗으셨네요. 그런데 쟈켓은 어디다 두셨어요? J님은 어리둥절하다가 낌새를 알아채었고, 맘 약하신 분이 자기 배낭을 드리 미셨어요, 잃어버린 줄로만 알고 체념하였던 J님은 쟈켓을 손에 들고 얼굴에 화색이 넘치며, 기쁜 맘으로 '다음 카페가 나오면 내가 커피라떼를 쏩니다!'라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일어나 다시 걷는데, 해프닝 둘이 시작됩니다. 누군가가 자기 옆에 놓고 있던 핸드폰을 잊고 그대로 걸어나가셨어요. 그걸 보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 분이 계셨습니다. 바닷가 경관을 보며 한참 걷는데, 기침을 하시던 C님이 뒤로 달려오셨어요. 웬일이냐니까 쉬었던 곳에 핸드폰을 놓고 왔답니다. 어리는 발빠른 진풍길 님께서 달려가 찾아오시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려고 했어요. 그 순간 선두 쪽에서 뭐라고 크게 소리쳐서 뒤로 전달했습니다. 아마도 '찾았다!'라는 소리 같았어요. '찾았데요. 가지 말아요!' C님은 항상 옆에 핸드폰을 놓아두는 습관이 있답니다. 아마도 이번 일로 조심하게 될 것같아요. 제 물건을 잘 간수하자는 교훈과 우수갯짓이 섞인 해프닝었습니다. 하루 종일 걷기만 하다 보면, 단조로운 건 사실이니 이런 일도 있을 법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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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에서 우린 당연히 해안길을 택하는데 울진 양정마을입니다. 모래사장까지 밀려드러오는 파도, 그 뒤에 계속 이어지는 다른 물결들, 저멀리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 너무 더울까봐 햇님을 사알짝 가려주신 구름 아저씨들이 우리 맘을 편하고 가볍게, 아니 기쁘게 해 줍니다. 울진 온양지구 양정항! 어리는 '밀려오는 파도를 어떻게 하면 실감있게 잘 찍을까' 생각하며 한참 기다리기도 했어요. 여름이 다 가고 가을 바다이지만 이은상 작사에 박태준 작곡인 사우 思友[친구 생각] 노래가 떠올라 2절을 부릅니다.
1.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필 적에
나는 흰 나리꽃 향기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청라언덕과 같은 내맘에 백합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2.더운 백사장에 밀려드는
저녁 조수 위에 흰새 뛸적에
나는 멀리 산천 바라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저녁 조수와 같은 내맘에 흰새 같은 내동무야
네가 내게서 떠돌 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연지지구, 장어처럼 긴 생선을 말리고 있어요. 우측 산 아래 해신당 같은 집이 보입니다.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에 얼마나 많은 주민들과 그 가족들이 만선과 무사 귀환을 빌었겠어요, 그렇게 빌고 의지하는 곳이 없었더라면 삶이 참 어려웠겠다 싶습니다. 앞을 보니 해안길이 막히고 고갯길이 시작되었어요. 복식호흡이랄까 코로 들이 마시고 입으로 천천히 내 뱉으면 한결 오르기 쉬어집니다. 고개를 넘어 뒤를 돌아보니 여기서도 해안길이 막혔군요. 예산이 들겠지만 저런 곳에 해파랑 잔도棧道[벼랑길]가 만들어져야겠습니다. 조금 더 걸으니 일출정 日出亭 옆에 야외 불상이 차려져 있고, 공영인 님께서 두 손 모아 합장 배례를 하셨어요. 나중에 물으니 부처님께 국태민안과 우리 길손들의 무사 무탈함을 빌으셨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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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J님의 겉옷 분실사고가 해결되고, 카페커피로 보답하겠다는 다짐을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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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C님의 핸드폰 분실사고 발생, 쉼터로 찾으러 달려감.
습득한 핸드폰을 되돌려 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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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