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떠나온지 닷새만에 조용히 나 자신을 돌이켜 봅니다. 까미노 데 산티아고! 70 평생을 여유 없이 살다보니 '이제 어리도 갈 날을 생각하고 조용히 정리해야겠구나!' 하는 마음을 먹게 되었어요. 40일간 800킬로를 걸으며 평소에 잊고 지내던 나 자신을 찾고 주님을 만나서 몇 마디 대화라도, 하소연이라도 읊조릴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리가 아프고 숨이 가빠도 마음이 맑아지고 영혼까지 정화된다면 무엇이 두려우랴! 산티아고길과 관련된 기행문을 대여섯 권 읽고 몇 몇 분들에게 걷고 싶다고 이야길 했답니다. 7,8 개월 전에 박찬도님과 진풍길님을 만나 서로 의사 소통이 되었어요.
2007년 10월 7박 8일간 제주도 둘레를 돌았던 한사모 회원 14명 중에 이달희 님과 박찬도님과 진풍길님은 '날으는 삼총사'였지요. 저는 수술 후에 회복이 안되어 걷기 꼴찌였답니다. 박찬도 님이 경험 많으신 박윤건 단장님을 소개해주셨고 정근화님과 윤기중님이 추가되어 2011. 11. 3주 금요일 점심때 만나 정보교환과 친목을 도모하였고, 그 후에도 6회나 계속하였답니다. 그리하여 이 길을 지난 5월 2일 출발하여 바로셀로나에서 2박 3일 관광을 끝내고 5월 5일 여기 론세스바이예스에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생각해보니 구경 겸 기초 단련이 이어진 것같아요. 가우디와 귀엘공원, 성당과 미술관, 패밀리아 성당과 분수대 축제 등을 전철도 타고 두 발로 돌아다니다보니 벌써 발이 부르트고 여간 힘 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제 대망의 산티아고길 790 킬로미터를 걸어갑니다. 10킬로그램이 넘는 배낭을 짊어지고 스틱에 몸무게의 균형을 맡긴 채 말입니다. 6월 8일에 입성할 예정이니 34일을 계속해서 걸을 것입니다. 어리야! 너는 왜 여기에 왔느냐? 무얼하러 왔느냐? 무얼 배우고 무얼 남기고 가겠느냐? 동반자 6인방과의 관계는 어떻게 유지 발전시켜나가겠느냐? 공동체를 위해서 무얼 하겠느냐? 단순히 걷고만 가겠느냐? 야고보 성인을 만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느냐? 아니면 야고버의 정신이나 얼이라도 찾아보겠느냐? 여러가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지만, 모두 접어두고 우선 하루 하루 열심히 걷기로 작심하였습니다. 고국에 있는 자식이나 손주들에게 떳떳한 애비요 할애비가 되도록 노력하면 되지 않겠어요?
출발 전날, 순례자 숙소인 알베르게 구내 성당에서 미사참례를 하였습니다. 미사때에도 마음에 다짐하였어요. 미사 후에는 건너편 식당에 가서 순례자용 정찬을 먹고 힘을 모았습니다. 영육간에 힘을, 용기와 희망을 가득 담았다고나 할까요? 우선 이 길에,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된 것은 축복이요,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감사드립니다. 막연히 생각한다고 아무나 나설 자리는 분명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이왕에 왔으니, 하루하루 벽돌을 쌓아가듯이 차곡차곡 알알이 다져가겠습니다.
첫출발을 하게 된 론세스바이예스 사설 알베르게 정문입니다.
우리가 매일 스탬프를 받을 카미노 데 산티아고 크리덴셜입니다.
침대 넘버가 118인데 글씨가 좀 낯설어요. 사설 알베르그라 숙박료는 10유로입니다.
구내 성당에서 출발 전야제와 같은 미사를 드렸어요.
미사란 파견이라는 뜻입니다. 세상에 나아가 예수님의 뜻과 마음을 전파하고 실천하여라!!! 강복을 주셔요.
한사모 삼총사 진풍길, 박찬도, 이창조 - 박윤건 단장님이 찍어주셨어요.
첫미사를 함께 한 이 친구들이 내내 길동무가 되었어요.
9유로짜리 순례자 정식을 먹습니다.
5월 4일(금) 오후 10시 15분, 바르셀로나에서 버스를 타고 밤새 달려서 팜프로냐에 새벽 4시 반에 도착하였어요. 한참 기다렸다가 버스터미널 구내식당에서 빵으로 식사를 하고 택시 두 대를 대절해서(70유로씩) 카미노 데 산티아고 스페인 출발지인 론세스바이예스로 갔습니다. 시간은 약 1시간 남짓 걸려서 사설 알베르게 정문에 내려다 주었어요. 오후 2시부터 접수를 받는다기에 식당에서 식사하고 기다렸다가 선착순 1~ 6번으로 접수를 하였습니다. 숙박료는 사설이라 10 유로이고, 가는 곳마다 스탬프를 받는 크리덴셜 개설이 2 유로였던 것같아요.
나무침대 2층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5월 6일) 새벽에 일어나서 배낭을 메고 나섰어요.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한사모 삼총사는 출발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였는데, 동반자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배낭에 달아있는 엠블렌을 쳐다보았어요. 첫날 거리는 21.9 킬로 떨어진 쥬비리(Zubiri)인데, 모든 것이 생소하여 찍을 것이 너무 많고 거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1시간쯤 걷다가 동네 성당 옆 식당에서 아침 먹고 다시 떠납니다.
출발에 앞서 2012. 5. 6 (일) 론세스바이예스 순례자 숙소
오레아가와 론세스바레스를 뒤로 하고 서쪽을 향해서 앞으로 앞으로 걸어갑니다.
21.9킬로 중에 17.7킬로가 남았으니 벌써 4.2킬로를 걸었나 봅니다.
아우리츠, 부르게테 마을 입구에 어리가 섰어요.
헤밍웨이가 머물렀던 곳에 대한 안내표지. 옛날 나바라 왕국이 있었던 곳인가 봅니다.
시골 성당 옆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합니다.
배낭 육형제의 모습이 좋아 보입니다.
빵 두 쪽(특식)과 커피입니다. 커피는 꼴다도나 꼰네체를 먹어요. 꼴다도에는 우유를 많이 탑니다.
왼쪽은 치즈를 넣은 빵이고, 오른쪽은 하모도 보입니다. 2개씩 먹는데 한 끼 식사로 적어 보입니까?
39
어리는 블로그 이름처럼 '걸으며 노래부르자'를 실천합니다.
박윤건 단장님(좌)과 진풍길 선발대장님(우)
아침식사 후 첫번째 휴식시간. 4킬로 걸으면 10분 쉽니다.
쥬비리까지는 아직 13.1킬로, 큰 고개를 넘어야 합니다.
이 여인들이 왜 웃는지 아십니까? 둘째 번 아가씨가 들고 있는 양말 한 짝을 어리가 주어서 배낭에 매달고 왔거든요. 이 들의 밝은 미소는 야곱 성인의 마음과 통하는 길이 될 수도 있을까요? 첫날 조그마한 1일 1선으로 함박웃음꽃을 피웠으니 흐뭇합니다.
카미노길에서는 '너와 나, 국경'이 없이 모두 '우리'가 됩니다. 하느님의 자녀.
마을마다 성당 옆이나 한 구석에 묘지가 있어요. 망자, 편안함에 쉬어지이다!
무슨 사연이 있는 장소 같은데 글쎄요?
ERRO고개 정상에서 시원한 캔맥주를 마십니다. 여기서도 한참 내려가야 쥬비리가 나옵니다.
쥬비리 알베르게
2684
2층 침대에 올라가 잠을 자본 적이 별로 없어서 이틀째이지만 어색하고 불안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심신단련 > 산티아고 순례보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06. 아르코스 - 산솔 - 포요 - 비아나 / 2012. 5. 11 (금) (0) | 2012.07.19 |
---|---|
05. 에스테야 - 엘 소토- 로스 아르코스 / 2012. 5. 10 (목) (0) | 2012.07.19 |
04. 푸엔테 라 레이나 - 빌라투에르타 - 에스테야(라) / 2012. 5. 9 (수) (0) | 2012.07.19 |
03. 팜프로냐 - 용서의 고개- 오바노스- 푸엔테 라 레이나 / 2012. 5. 8 (화) (0) | 2012.07.19 |
02. 쥬비리 - 에즈키롯즈 - 팜프로냐 / 2012. 5. 7 (월) (0) | 2012.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