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단련/산티아고 순례보고

08. 산토 도밍고 - 빌로리아 - 벨로라도 / 2012. 5.13 (일)

august lee 2012. 7. 19. 17:51

 

 

새벽에 짐을 챙겨 나오는데, 그날 먹을 맛있는 빵을 두고 나와 다시 가 보는 등 야단법석을 피웠어요. 먼저 앞장 선 J님 배낭에 들어있었습니다. 큰길을 따라 걷는데 선두가 쉬지 않아 그냥 길가에 주저앉아 요기를 하였어요. 앞에서 따라오기만 기다리던 J님이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바를 만나서 정식으로 아침을 먹고 떠났죠. 지나왔던 레데실라 델 카미노와 카스틸델가도라는 마을이 생각납니다. 아! 길을 걸으며 아무도 보이지 않기에 노랠 불렀어요. 대개는 동해의 푸른 물결 빛나는 아침/ 찬란한 붉은 태양 새 날이 밝아/ 지축을 울리누나 희망의 노래/ 억만년 길이 빛날 우리의 조국 ... 가사를 일부 잊었지만 생각나는 대로 불렀답니다. 그런데 모퉁이를 도는데 여러 사람들이 걸으면서 뒤돌아보았어요. 아이쿠 머니나! 무한해서 혼이 났습니다.

 

아침에 부르는 노래와 중간 중간에 부를 노래는 수첩에 잔뜩 적어갔지만 1/10도 다 못 불렀습니다. 간혹 성가를 부르기도 했어요. 열절하신 주의 사랑 내 맘을 사르네/ 거룩하온 주의 성심 찬미 찬송하세/ 영원한 무궁세에 그 마음 받들어 창검에 찔린 상처 기워 갚을진저/ 온 천하 만백성아 찬미 찬송하세..... 200번이고 가사 일부가 나중에 나중에 바뀌었군요. 그렇군요. 제 역사에 55년 동안 이어진 노래중에 하나입니다. 무한하신 주의 사랑 헤아릴 길 없네/ 우리들은 사랑받는 주님의 자녀라/----- 성가는 훌륭한 기도입니다.

 

가끔 가끔 묵주신공 - 묵주의 기도라고 하던가-도 바칩니다. 환희의 신비, 고통영광의 신비를 각각 5단씩 바치면 한 꾸러미가 20단이 됩니다. 환희의 신비 마리아의 예수 잉태와 엘리사벳 방문, 예수 낳으심과 성전에 드리심, 잃었던 예수를 성전에서 찾으심 등입니다. 빛의 신비 예수의 세례와 가나안에서의 기적, 하느님 나라의 선포와 거룩하게 변모하심, 성체성사를 만드심 등입니다. 고통의 신비 예수의 피땀 흘리심과 매 맞으심, 가시관 쓰심과 십자가 지심,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심 등입니다. 영광의 신비 예수 부활하심과 승천하심, 성령을 보내심과 마리아를 하늘에 불러 올리심, 마리아에게 천상 모후의 관을 씌우심 등을 묵상하면서 1단에 주로 성모송을 열 번씩 암송하는 기도입니다. 20단(1단은 성모송 10번 하기)을 모두 하려면 40분 정도 걸리는데 사람에 따라 각기 다릅니다.

 

벨로라도는 조용한 시골마을입니다. 뒷산에 있는 EL CORRO라던가에 얽힌 전설로 유명하고 성당도 이름이 있다는데 자세한 내용은 기억하지 못하겠어요. 처음 만난 성당 알베르게는 너무 오래되고 비좁았는데 나중에 들어간 알베르게는 우리가 거의 통채로 입주하였고, 세탁기와 건조기를 가동시켜 한 두번에 그 많은 빨래를 하고 마당에 널었던 곳입니다. 식사도 저렴하고 푸짐했으며, 새벽에 일어나 아침 식사까지 차려 준 인상 깊은 알베르게로 추천할만한 곳입니다. 마을 초입에 태극기를 비롯하여 만국기를 게양해 놓은 곳은 그냥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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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돌아보며 웃는 서양 아줌마가 나무 지팡이를 들고 갑니다. 배낭이 무겁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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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벽에 알베르게의 이름이 나와 있어요.

 

 

 

 

 

 

 

 시계가 오후 9시 10분 전을 가리키고 있지만 아직 해가 훤하게 떠 있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