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에 길을 나섭니다. 안개가 자욱한 새벽길을 걸으니 다른 세상에 온 듯 기분이 이상합니다. 조금 가니 일출과 함께 큰 식당에 나타나서 들어갔어요. 손님이 별로 없기도 하였지만 주문하니 가서 기다리시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빵과 커피가 든 접시를 들고 테이블까지 와서 놓고 갔어요. 카미노길에서 이런 황송한 대접을 받으니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노숙자에게 진객 대접을 해주는 귀부인을 만난 것처럼 말입니다. 다른 곳에서는 줄을 서서 오래 기다리다가 우리 차례가 되면 가득 담긴 커피가 넘칠세라 조심 조심 테이블로 가져왔거든요. 조금 더 가니 바가 나오고 우리에게 친근감을 표시하는 외국인 부부도 만났습니다. 그냥 통과하였지요. 65키로가 남은 지점도 통과하고, 카사노바라는 글을 보니 마을 이름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소모자라는 곳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합니다. 그런데 가축 오물을 실고 온 차가 잔디밭에다 다 뿌리고 가는 바람에 온 동네에 냄새가 진동하였어요. 우리는 빨리 지나가버리면 되지만 동네 사람들은 어찌하라고 저런 짓을 거침없이 하고 있습니다. 멜리데에 도착하여 사설 알베르게에 자리를 잡고 문어요리를 잘한다는 음식점에 갔어요. 늦게 오는 분에게 식당을 잘못? 알려주어 혼동을 가져와 기다리기만 하다가 함께 식사하지 못했고, 우리는 문어요리를 싸가지고 숙소에 왔습니다. 아마도 피로가 상당히 겹쳐서 서로 신경이 날카로워진 것같아요. 보통 때면 허허 웃고 말 일인데도 화를 내고 되받아치고..... 늙으면 애 된다더니, 우리 6인방도 잠시 애가 된 모양입니다.
부처님처럼 일언 반구 말 없이 자기 일만 열심히 하는 형제님들이 두어 분 계셔서 제 자신이 무척 부끄러웠어요. 지나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한 번 입은 상처는 금방 아물지 않고 오래 가는 것같습니다. 어제 포르토스에서 도나스 성당을 참배하면서 무언가 다짐을 했고, 축복을 받아서 사람이 조금은 달라진 것같았는데, 그 본성은 하루 아침에 변하지 않는가 봐요. 이제 51.5키로 지점을 지나 왔습니다.
8683
가만이 앉아서 가져다 준 빵과 커피를 마셨어요. 바나 카페에서 처음 받아 본 대접이었어요. 사람도 적었지만
65킬로
카사노바
힘들면 부르라고 택시 전화번호가 씌여있네요.
29
57 킬로 지점
문어요리 전문식당
멜리데의 사설 알베르게, 광섬유를 깔았는지 인터넷이 잘 되고 한글이나 사진도 깨지지 않았어요.
새로 생긴 문어요리 전문점
무니시펄- 시립 순례자 숙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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