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100키로, 우리가 해냈구나! 순례객들은 벌써 맘이 들뜹니다. 눈물이 조금 날 것 같아요.
아침 6시 30분에 숙소를 나오니 금방 111로 표지석이 눈에 띕니다. 꽤 넓은 공동 묘지를 지나서 철길도 건너니 어두컴컴한 숲길이 나와요. 셔터를 눌러도 잘 찍혀지지 않았습니다. 조금 더 가다가 바를 만나서 아침 식사를 하고 걸으니, 표지석이 109, 107로 가다가 두 자리 수인 99K가 보여요. 오늘은 100키로 지점에서 기념 촬영을 하며 순례자들끼리 떠들석하게 만세를 불렀습니다. 중간에 바를 만나 간식을 먹었는데, 돌을 쌓아서 벽과 문틀을 만드는 건축 기술이 빼어났어요. 중남미 석공들을 불러들였나, 원래부터 그런 기술을 가졌나 궁금했습니다. 일단의 학생들이 들어와서 스탬프만 찍고 나가네요.
쉬면서 돌 위에 컵을 내려놓고 왔는데 박찬도 님이 다시 가져다 주셨어요. 상처 난 손이 나아가니 이번에는 다시 새끼 발가락에 상처가 나서 약을 먹고 버팁니다. 발끝에서부터 머리까지 짜릿짜릿 아파오던 통증이 가시는 것을 보면, 진통소염제의 약 기운이 놀랍습니다. 꼭 마약 중독자처럼 6시간마다 1알씩 먹어야 노래도 부르며 걸을 수 있으니 참 얄궂습니다. K2나 코오롱, 트랙스타 등 이름 있는 상표는 신발도 훌륭하지만, 선전을 많이 해서 잘 신고 다녔던 xx표 워킹화는 10 여일을 계속 신으니 말썽을 피워요. 우연히도 그 상표의 워킹화를 신은 세 사람이 모두 발병이 났는데, 귀국해서 보니 덤핑물로 싸게 팔고 있었습니다. 신발을 잘 골라 발가락이나 발꿈치에 여유가 있는 워킹화를 신어야 합니다. 자기가 신고 다녀봐야지, 선전만 믿을 것이 못됩니다.
오늘 걷는 길은 고색창연하고 큰나무가 많아 명품길이에요. 큰강이 보이고 다리를 건너는데 비바람이 몰아쳤습니다. 포르토마린인데 89.5키로 표지석을 보고 곧 88키로 지점이 나옵니다. 숙소 규모가 매우 커서 300 명도 받아들일 수 있는데, 오늘은 5~60명도 안 되는 것 같아요. 늦은 점심을 먹고 또 저녁도 정찬으로 먹은 날입니다. 가끔 이렇게 허기를 채우는 날이 있어요. 항구 도시라는 포트마린에 배가 보이지 않아요. 사설 알베르게는 시설도 좋았지만 길가에 올라가보니 부잣집 지하층에다 언덕을 이용하여 만든 공간이었습니다. 하룻밤 자고 떠나면 그만인 노숙자 신세였지만 웬지 께름직한 기분이 들었어요.
산티아고 111 키로미터라는 표지석입니다.
19
101 킬로
실제로 100 키로 지점은 이 동네 여기쯤 되는데, 너무 시끌벅적하니 동네 밖으로 옮겨놓았답니다.
산티아고 100 키로 지점입니다. 벌써 다 온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8292
이름도 모르는 노랑꽃 여섯 송이가 우리를 축하해주는 듯 활짝 피었습니다. 고맙구나!!!
바를 보고서도 그냥 지나갔어요. 참새 방앗간 생각이 났습니다.
이제 두 자리수 99 킬로라는군요. 이렇게 빨리 지나가면 어쩐다냐? 아직 마음의 준비도 안되었는데.....
퇴비를 땅에 묻어 발효시키려는가 봅니다.
초등학생들이 주말에 카미노길을 걸으려 왔나봅니다. 그리고 110키로 지점에서부터 걷기 시작해도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에 가면 졸업장을 준다고 하던데, 갑자기 낯선 사람들이 무척 많아졌어요.
메르카도 - 산티아고로부터 96키로 지점에 있는 식당. 돌조각품 같은 문틀이 보여요.
이 어린 학생들이 기다란 지팡이를 들고 가면서 인사는 잘 합니다. 우린 지쳤는데 재미 있나 봐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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