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단련/산티아고 순례보고

29. 포르토마린 - 곤자르 - 프레비사 - 도나스 - 포르토스 / 2012. 6. 3 (일)

august lee 2012. 7. 21. 02:49

                                                           포르토스에서 2.2 키로 떨어진 도나스에 있는 로마시대 성당 참배

 

포르토 마린에서 아침 6시30분 출발, 양쪽 새끼발가락은 약발을 받아서인지 통증이 가셔서 가벼운 마음으로 걸을 수 있어 상쾌한 아침을 맞이합니다. 89키로 지점을 지나니 가축의 사료인 목초를 수확하여 원통처럼 다발을 만들어 놓았어요. 큰길을 따라 만들어 놓은 카미노 길을 걸으니, 큰 건물이 보이지만 까막 눈이라 무슨 공장인지 모르고 지나갑니다. 쉬는 장소에서 국제교류가 이루어져요. 특히 일단의 스페인 순례단은 하이파이브를 하며 '진풍길'을 외칩니다. 

 

곤자르의 '카페-바'에서 수레를 끄는 홀란드 할아버지를 만납니다. 수레에 홀란드- 루르드(佛)- 산티아고(스페인)- 파티마(폴투갈)이라고 씌여 있어요. 도대체 몇 달이나 걸리는 도보 여행인지 궁금하지만 어리는 벙어리가 됩니다. 루르드와 파티마는 성모 마리아께서 발현하신 곳으로 로마 교황청에서 공식적으로 인증을 받은 성지(聖地)이지요. 카페와 바는 구별할 수 있다는데, 이렇게 CAFE- BAR라는 양수 겹장의 간판을 부치면 신종인지 모르겠어요.

 

75키로 지점을 지나는 프레비사 길가에 있는 십자가상에 순례자들이 와서 참배를 하고 갑니다. 무슨 사연이 있는 상징물인 것같고, 아마도 무탈하게 순례를 마치게 해 달라는 기돗발이 잘 통하는 곳인가 봅니다. '모든 聖人의 通功을 믿으며-' 열심히 기도하면 지상은 물론이고 연옥과 천당에까지도 서로 통한다는 기도문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기도만이 아니라 마음씀과 행실도 매우 중요하다는 말씀도 기억나고요. 아무튼 연구와 공부를 한참 더 해야 글 줄이나 쓸 수 있겠습니다. 모르면 무엇을 왈가왈부하겠습니까?

 

포르토스에 이르러 아직도 숙소까지는 상당히 남았으니 점심이나 먹고 가자고  배낭을 내려놓고 식당에 들렸어요. 알베르게를 겸하는 곳이어서 우리 일곱 명이 잠을 자고 갈 수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여주인이 다 차고 자리가 없다고 대답하였답니다. 점심을 먹다가 여기에서 해프닝이 벌어지고, 결과적으로 어리가 한 몫을 하게 되었어요. 식사중에 포도주를 또 한 병 가져오기에 어리는 술이 취해 비틀거리는 흉내를 내면서, 술 먹고 취하면 어떻게 길을 가겠느냐고 물었답니다. 그런데 박윤건 단장님과 나 신부님은 스페이어를 하실 줄 아시잖아요? 여주인이 가로되 술에 취하면 '쿠울' 자고 가면 되지 않느냐고 대답했답니다.

 

아니! 잠자리가 없다고 하지 않았느니까, 저기 새 집을 가르키면서 거기에 일곱 명이 잘 침대가 있다는 것이었어요. 당장에 총무님과 단장님이 가보시니 깨끗하고 만족할만하니, 여기서 자고 가자고 단안을 내리셨습니다. 그런데 남자 주인이 나와서 1,000년 전 로마시대의 성당이 2.2킬로 떨어진 도나스에 있으니 꼭 가보라고 권했어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희한하게 금세 이루어졌습니다.

 

배낭을 벗고 맨 몸으로 걸으니 가슴이 뭉클하며 저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나왔습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가느라고 여유가 없이 지내면서 한 달 동안 나를 잊고 살았어요. 내가 짐꾼인지, 거리의 카수인지, 발병이 난 노숙자인지..... 이건지 저건지도 모르고, 왜 와서 무엇 때문에 걷고 있느지조차도 잊어버릴 뻔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어깨를 짓누르던 배낭을 벗으니 자유인이 된 것같고, 날개를 단 새와도 같아 날을 것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어리야, 너는 지금 순례객으로 세인트 야고버와  산토 도밍고의 발자취를 따라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800키로 길을 걷고 또 걸어서 이제 겨우 몇 십 키로를 남기고 있다. 늦었지만 어리야! 너의 자리와 네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깨닫고 남은 기간이라도 최선을 다해서 마무리하라! 이 바보 같은 놈아, 아니 바바보, 멍멍청이!! 이 못나고도 또 못난놈아 !!!  하는 소리가 머리를 때렸습니다.

 

1000년 역사를 지닌 도나스 성당을 찾아 걸으니 70평생 걸어보았던 내 꿈이 보이는 것 같고 붙잡을 것만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울컥 치미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습니다. 집에 전화를 하여 안부를 전했어요. 그리고 우리 마누라와 손주와 자식들, 요양원으로 모실 노모님 생각을 하며 묵주알을 굴렸습니다. 저에게는 도나스로 가는 길 2.2 키로가 곧 산티아고 길이 되었습니다. 이건 전혀 생각하지도 못하고 예측하지도 못했던 일이라, 누구의 점지로 이러한 날을 맞이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하느님은 아시겠죠? 

 

 

 

8456

  

다리 건너 우리가 잠을 잤던 숙소와 식사했던 바가 보입니다.         

 

 

 

 

  

 

 

 

 

 

 

  

 

 

 

 

 

 

8503   18매

 

 

 

 수레를 끄는 이 할아버지는 홀란드- 프랑스 루르드- 스페인 산티아고- 포르투갈 파티마를 걸어서 순례한답니다.

 

 

 

8533

  

 

 

산티아고 75킬로 지점 프레비사입니다.

 

 

 

 

 돌틈새는 환기구 겸 우편물 투입구일 거라고 생각했답니다.  

 

 

 

 

 

여기에서 잠깐 쉴 때까지만해도 포르토스에서 숙박하며 도나스 성당을 참배할 지는 전혀 몰랐어요.       

 

 포르토스에 있는 이 아르베그에서 숙박합니다.

 

 

배낭 6형제

 

여주인이 더 내준 포도주가 결국은 '없다던 숙소'까지 배정 받게 되었어요. 2.2 킬로 떨어진 로마시대 성당을 꼭 다녀오라는 당부와 함께.... 말도 못하는 어리가 술을 먹고 어떻게 비틀비틀 걷느냐고 했더니 여주인이 자고 가면 되지 않느냐고 대답했데요. 참..

 

 빌라 데 도나스- 로마시대 성당이 있는 곳의 지명인가 봅니다.

 

 

 

 

 

 

 

  

 

 

 

 

 

 

 

 

 

 

 

 

 

 

 같이 관람한 이 분들이 타고 온 차에 합승시켜주었어요.  

 

 

 

 

차량으로 방문한 외국인 순례자들이 짐을 싣는 곳에 타라고 하여 1.3키로를 왔습니다.

 

차를 얻어 타고 1.3 키로를 왔어요. 피로가 싹 풀리고 너무 고마웠습니다.      

  

 짐을 실는 곳에 우리 여섯 명이 합승하고 온 승용차. 한 명은 정식 좌석에 앉음. 단장님 덕분입니다.     

이제 900미터만 걸으면 포르토스 알베르게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