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단련/산티아고 순례보고

26. 오 세브레이로 - 오스피탈 - 포요고개- 트리아카스테라 / 2012. 5. 31 (목)

august lee 2012. 7. 21. 02:48

 

 

영국만이 아니라 스페인도 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라고 하지요. 중남미를 점령하여 지배하고 스페인 문화를 계승시켰기에 그런 말이 나왔던가 봅니다. 그런데 스페인은 북극지방이 아닌데도 밤 10시가 되어야 해가 집니다. 우리가 오후 2~3시쯤 숙소에 도착해서 빨래를 널어놓아도 양말이 아니면 세탁물이 잘 마릅니다. 다음 날에 대비하여 아직도 훤한 오후 9시에 잠자리에 듭니다. 오늘도 밤 12시에 전화가 오고 문자 메시지가 뜹니다. 한 밤중에 자다가 잠을 깨면 좀처럼 다시 잠들기 어려워요. 그래서 밤에는 전화를 완전히 끄고 잤습니다.

 

우리가 산 정상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떠났기에 내리막길입니다. 그런데 한참 내려가다가 다시 올라가는 고개가 포요고개입니다. 해볼만하지만 아침부터 숨이 벅차오르지요. 포요고개를 막 올라서면 바로 자동차길 옆에 가게가 나와요. 박윤건 단장님이 오렌지 진액을 사주셔서 잘 먹었습니다. 여기에서는 나랑아라고 하는 오렌지를 통채로 갈아서 내오는데 맛이 그만입니다. 우리가 무탈하게 26일째 걷고 있는 중에 5월이 다 지나갑니다. 5월 한 달은 어리의 70 평생 중에 가장 남을만한 일이 있었고 또 아직 진행중인 잊지 못할 나날들입니다.

 

그동안 사실은 날짜도 시간도 가는 줄 모르고 지낸 적이 많았어요. 텔레비젼과 신문이 무엇인지,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모르고 걷기만 하니 세상에 있으면서도 속세를 떠난 신선놀음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달리 보면 무얼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데, 아무 것도 모르고 지내니 이젠 별로 쓸모 없는 존재는 아닌지 모르겠어요. 아니 우리들이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가고 있으니, 이젠  없어도 되는 그런 아웃사이더가 되어버렸을 것도 같습니다.

 

포요고개를 넘으니 이제 힘든지는 모르겠어요. 그러나 내리막길이 자갈길이고 급경사니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단장님이 몇 번씩이나 당부하셨습니다. 호스피탈이라는 이름을 가진 동네가 많아요. 호스피탈 바에서 아침을 먹습니다. 외국인들도 빵을 먹고 있는데, 닭이 사람을 무서워 하지 않고 다가가서 땅에 떨어진 빵 부스러기를 먹습니다. 한 남자가 닭에게 장난을 걸어요. 빵을 가까이 대었다가 위로 치켜올리니, 닭이 손에 쥔 빵을 먹으려고 점프를 하다가 빵을 든 손을 쪼았습니다. 아픈 듯 손을 만지고 있으니, '그러니까 먹는 것 가지고 이 닭을 놀리지 말라고요. 미안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아 보였답니다. 여기에서는 닭도, 개도, 고양이도, 참새도 모두 빵 부수러기를 먹고 살아요.  

 

5월이 다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걷고 또 걸으니 산골마을 트리아카스테라가 나오고 초입에 무니시펄 알베르게가 있어서 얼른 자리를 잡습니다. 먼저 떠난 나 신부님을 여기에서 또 만나 합류하게 됩니다. 저절로 우리 순례단의 지도신부님으로 모시게 된 것 같아요. 누가 보내주신 것일까요? 성당에서 순례자를 위한 미사가 있었고 스페인 신부님의 강론을 한국어로 풀이한 종이를 한 소녀가 나누어 주었습니다. 성당 벽에 자연스럽게 돌로 만들어 새긴 무늬가 특이했어요.

 

그리고 손가락이 곪았는데 진통소염제가 다떨어져 걱정했습니다. 스페인어를 잘 하시는 우리의 지도신부님께서 동네사람에게 물어 약국을 제게 알려주시는 바람에 바로 옆 코너에서 40알과 머큐럼도 구입하여 요긴하게 사용하였어요. 감사합니다. '약국이 어디에 있습니까?' 이런 말은 반드시 배워야 하는데, 그런 말도 모르고 순례길을 다녀왔으니 부끄럽기 그지 없습니다. 이제 산티아고까지 130키로가 남았어요. 자! 힘을 냅시다. 내일은 사모스 신학교를 갑니다!!!

 

 

  

 

 

 

 

 

    주여, 망자에게 길이 평안함을 주소서, 아멘'라고 외치면 하나도 무섭지 않고 친근감이 오더군요.

 

 

 

 

 

 

 

 

 

 

여기에서는 닭도, 개도, 고양이도, 참새도 모두 빵 부수러기를 먹어요. 닭이 손에 쥔 빵을 먹으려다 손을 쪼았어요. 아픈 듯 손을 만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먹는 것 가지고 이 닭을 놀리지 말라고요. 미안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아 보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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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요고개를 막 넘어왔습니다.

 

포요 고개를 무사히 넘은 것을 자축하며, 단장님이 오렌지 쥬스(진액)를 사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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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바닥에 소똥이 있어요. 시골에서는 소똥도 사랑할 줄 알아야 합니다. 단, 밟으면 안 됩니다.     

 

 

이런 시골 작은 성당이야말로 구유에 오신 예수님의 마음이 머무르실 것 같이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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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당에서 스페인 소녀가 나누어준 신부님의 강론 풀이(한국어)입니다.

 

나 신부님과 스페인 신부님의 공동 집전 미사입니다. 단상에 계신 분들은 수도자들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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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