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삼남,영남,관동길

충남삼남길을 되돌아보고 (10-1) 논산- 관촉사- 은진향교-견훤왕릉-마전리-도계 충남 6 / 2013. 9.30(화)

august lee 2015. 4. 18. 07:48

 

2014년 9월30일(화) 06:30 서울을 출발하여 2시간 20분만에 논산 꽃다리 옆에 도착하였어요. 지난 주 9월23일에 걸었던 다리 저쪽 아호리에서 다리를 건너 뚝길에서 삼남길을 걷기 시작한 지 열흘 째되는 날 은진향교길을 걷기 시작하였습니다. 오전에는 관촉사 은진미륵님을 뵈옵고, 오후에는 견훤왕릉을 찾을 예정입니다. 그리고 5.5회만에 충남길을 마치는 날이기도 하지요.


어리 혼자서 이 길을 걸어 내려간 지 몇 달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리본도 보이지 않고 기억이 나지 않아 머뭇거렸습니다. 답답하셨는지 선발대는 동네 어른에게 관촉사 가는 길을 묻기도 하셨어요. 어제 기억을 더듬으며 사진을 보고 공부를 했는데도 부끄럽게도 그랬습니다. 조금 더 걸으니 리본도 분명하고 기억도 되살아났습니다. 위성사진에 나타난 삼남대로는 원래 부적면 마구평에서 서쪽으로 그대로 직진하여 개천을 건너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왜 삼남길은 둘러왔는지 모르겠어요. 


벼가 노랗게 익어 이삭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가을임을 실감나게 했습니다. 유난히도 감이 눈에 많이 띄었어요. 속도가 빨라집니다. 시속 5키로는 될 것같습니다. 어리의 만보기는 열리지 않게 테입으로 봉해 놓아 걸은 거리를 알기 어렵지만, 3시간 반 후에  은진면사무소 부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예정이예요. 관촉로를 지나 반야산으로 오릅니다. 반야정은 통과하고 안향 선생 좌상 옆에서 첫 휴식시간을 가졌어요.


반야산을 내려가다보면 관촉사 가는 길 표시가 나옵니다. 계단을 한참 내려가다 숲속을 보니 은진미륵님이 우릴 반겨요. 천년 사찰 관촉사 灌燭寺(물델 관, 촛불촉, 절사- 물 데고 촛불 켜는 절?) 윤장대도 보고, 미륵전에 앉아 유리 너머로 은진미륵님을 보며 염불하는 스님도 보았습니다. 기념촬영도 하고 다시 올라와 삼남길을 재촉하였습니다. 

5    06:14

09:05



09:30

09:45


10:13

 

반야산 기슭에 영등포 건양의료재단 김안과병원에서 설립한 건양대학교가 자리잡고 있어요. 건양대학교는 논산에 창의융합캠퍼스와 대전에 매디칼캠퍼스가 있습니다. 대학생들의 숙소인 원룸이 눈에 많이 띄었어요. 지나가다 옥상 물탱크가 넘쳐 흘러 서영종 님이 소리쳤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습니다. 홍살문처럼 꾸민 부평하이테크를 지나 오른쪽으로 돌아가야하는데, 선발대가 그 꺾쇠표시를 못 보고 그냥 직진하였습니다. 빤히 보이는 선명한 표시도 놓칠 수 있군요.


조금 더 걸으니 콩크리트 축대에 걷는 사람들을 격려하는 글씨와 그림이 그려져있는 벽화가 보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라는 글씨 옆에서 사진을 찍고 걸었습니다. 앞과 옆으로 큰 날개가 그려져있어 맘껏 날아오르는 꿈을 펼칠 수 있게 해 놓았어요. 걸어온 길보다 걸어갈 길이 더 많은 우리가 스스로 등불을 켜 들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있어 이 겨울 한 귀퉁이를 밝히려 하겠는가 - 안도현의 그대에게 라는 글씨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건양대학생들의 작품처럼 생각됩니다.


지난 번에 어리 혼자 걸어내려갈 때 만나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던 농부와 다시 만났어요. 그 깜짝할 사이에 부인께서는 우리에게 예수를 믿느냐고 물으며 전도를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오늘도 긴 이야기를 못하고 그냥 걸었는데 여름내 땀 흘려 가꾼 늦 과일이 잘 익어가고 있었어요. 어리와 동갑내기 농부의 수확을 축하드립니다.


탑정로 427번 길 30-4 주택은 넓은 정원을 아름답게 잘 가꾸어놓으셨어요. 그런데 그 집 모퉁이 삼거리에 꽂혀있는 삼남길 표식을 누가 거꾸로 돌려놓은 바람에 우리 6인방 선발대는 은진향교 반대 방향으로 가버렸습니다. 한참 기다리니 가다가 리본을 못 찾은 선발대가 되돌아오셨어요. 이번 실수는 내탓이 아니고 어떤 못된 장난꾼 탓입니다. 은진향교는 굳게 문이 잠겨 있어서 사진만 찍고 길가 교촌1리 버스 정류장에서 쉬면서 떨어진 감을 한 개씩 먹어보았어요. 조금 걸으니 은진어린이집과 면사무소가 나옵니다. 식당도 찾아야겠지요?

98  10:30

건양대학교 논산 창의융합캠퍼스

118   10:47

조선시대부터 사람들이 다니던 옛길이랍니다.

148  11:08

은진향교- 교촌리입니다.

171 11:30    



 

길가에 황토벽돌집을 짓는 모습이 좋아보여요. 은진면사무소에 있는 애향비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사람들이 그곳 산야山野와 물길을 닮는다면서 은진미륵을 찾는 아이들과 선비의 글 읽는 소리, 복되고 평안 가득 모인 득안得安 마을을 자랑하며 이웃과 정을 나누고 살아가자는 내용이네요.


은성식당 벽에는 복덕도명 福德道明과 근심 재앙 허물 죄의 근원 등 광덕사 혜담스님의 마음을 다스리는 글이 붙어있어요. 점심 먹고 툭터진 농로따라 걷고 걸으니 연서1교와 무명교가 나오고 봉산5리마을회관이 나타납니다. 이젠 여기에 논산훈련소 시절의 흔적들이 남아있어요. 그냥 지나가는 행인들에게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나 여기에서 신병교육을 받은 분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됩니다. 꼬마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게 신기해요. 연무교회를 지나 개태골 나무의자에 앉아 쉬며, 여러 분들이 가져오신 과일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호박과 고추를 말리는 모습이 정겹고 연무읍에는 견훤왕릉 안내판이 나타났어요.

 

연무고속버스터미널과 입영장병면회 안내소, 장터를 지나 안심1리마을회관을 지나 좁은 골목길을 걷습니다. 연무체육공원 조금 위에서 오솔길따라 마을로 내려가면 조그마한 산이 보이는데 바로 견훤왕릉이죠. 마침 신병훈련을 마친 병사들이 면회 온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은진면사무소

180  11:29


 

201  12:31

211  12:51

 

221   12:59

 

 

251  13:22


259  13:33

 

 

 

연무체육공원을 지나 오솔길로 내려가니 작은 마을이 나타납니다. 작은 골목길에 아스콘이 깔려있는데, 겨우겨우 차 한 대가 다닐 수 있을 것같아요. 시멘트 운반용 철길을 건너니 작은 야산이 나타나는데 바로 견훤왕릉이지요. 길가 무화과나무에 열매가 달려있어습니다. 이젠 우리에게도 낯익은 남도 과일인데 여기 충남에서도 볼 수 있군요. 금곡4리인데 좌측은 자동차길이고 가운데 길로 걸으면 왕릉공원입니다. 조용한 동네가 조금은 떠들썩해요. 신병교육을 마친 병사들과 면회 온 가족들이 은식을 나누어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용감 국군, 씩씩 군군, 대한의 건아들아! '그 동안 수고 많았고, 앞으로도 자대 배치 받은 곳에서 서로 도와가며 보람있는 시간을 보내기 바란다!!' 속으로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왕릉 계단을 오릅니다.   

후백제 견훤왕릉 옆에는 백일홍 한 그루가 서 있어요. 견훤은 상주 사람으로 아자개阿慈介의 아들인데 900년 완산(전주)을 도읍으로 후백제를 세운 시조입니다. 아들 신검과의 내분으로 936년 고려에 멸망하지요. 임종시 완산이 그립다하여 이곳 논산에 무덤을 썼다고 합니다. 내려오다 보니 병자호란때 적군과 싸우다 분사焚死한 충신 김수남 정려가 보이고 금곡서원이 있던 마을이군요. 농로따라 걷다가 수철천 황화교를 건너니 효죽마을입니다. 길가에 봉곡서원이 있어요. 견훤왕릉에서 효죽마을까지는 빤히 보이는데 걸어보니 꽤 멀었습니다. 2키로가 넘을지도 몰라요. 마을을 한 바퀴 빙돌다가 정자에서 쉬고 서둘러 마전1리 도계까지 걸었습니다.

 

 

 



 

299  14:17

309  14:24

 

 

 

 

 

 


 

충남삼남길 걷기를 마치고

충청남도를 5.5회만에 걷고 전라북도 땅을 밟았습니다.


비닐하우스에는 겨울딸기 모종이 잘 자라고 있었어요. 길건너 고내3리로 접어들어 언덕을 지나니 전주 금마 가는 큰길이 보입니다. 큰길과 나란히 달리는 소로를 따라 걷다가 농로를 지나 토끼굴로 접어들었어요. 바로 앞에 마전1리 동네가 보입니다. 우리 6인방은 5일 하고 한나절(안성천을 지나 성환역에 이르는 삼남길은 오후에 걸었음)에 충남삼남길 145키로를 완주했어요. 모두 건강하게 서울에서 새벽부터 서둘러 충남삼남길로 출퇴근하면서 걷고 또 걸어서 전라북도 익산시 여산면 월곡마을에 이르렀습니다.


계속해서 금곡마을과 여산읍까지 걸어서 여산 숲정이 천주교성지까지 참배할 수 있었어요. 생각 같아서는 숲정이성지에서 하늘을 부르며 순교하신[천 하늘天, 호 부를呼] 순교 성인들을 모신 천호산 천호성지天呼聖地까지 참배하기 바랐는데, 여러가지 여건상 다음으로 미루고 왕궁저수지로 향했습니다. 이 날 어리의 만보기에는 37,600보 26.3키로를 걸었다고 표시되었어요. 20키로쯤 될 것이라는 예상이 깨어졌습니다. 오늘은 6인방도 그렇지만 어리에게 참 뜻깊은 날이지요. 감사합니다.

 

328-390


 

 




 

 

360 15:37


 

 



370 15:42







380 15:53


 

충남 논산시 연무읍 마전1리 노인회관

 

 

16:00

 

윤기중 님이 마지막 본 삼남길 표지를 담아두십니다.

 

과천을 떠난 지 열번 째 날에 걷고 또 걸어서 드디어 전북 익산시 여산땅에 들어섰습니다. 장하십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