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길을 나섰다가 성밖에서 바를 만나 아침을 먹고 갑니다. 거리에 우유를 짜는 아낙네와 도밍고라는 성인?의 입상(立像)을 만들어 놓았어요. 부르고스 대학이라는 간판이 보이는데 캠퍼스는 따로 있나 봅니다. 거리의 간판에 등산화가 25.95 유로(4만원)라는 선전에 눈이 갑니다. 공산품 가격이 비싸던데 등산화는 우리나라의 1/4 가격이니 한 번 사서 신어보고 싶은데, 짐이 무거워질까봐 마음을 접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에 끌려서 화보집 두 권을 샀는데, 무게 990그램인 책을 10 여일간 짊어지고 다니다가 부르고스 우체국에서 송료 26 유로를 주고 집에가 부쳤거든요.
하루 종일 걸어도 높은 고개 하나 없어 숨이 가쁘지는 않지만 조금 지루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러할 때에는 노래를 크게 부르거나 묵주를 꺼내들고 누구누구를 생각하며 기도를 올립니다. 이제 두 돌과 세 돌을 지난 두 손주들과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두 손주들이 영 순위로 마음 쓰입니다. 이 손주들이 자라나서 시간 여유가 있으면 국토 순례도 하고 조금 더 시야를 넓혀서 제 할애비가 70대에 이 길을 걸어갔다는 것을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할애비처럼 늙어서 오지 말고 가급적이면 청년기에 산티아고 데 카미노 길을 걷기를 기대해 봅니다.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가며는 / 온 세상 어린이를 다 만나고 오겠네
온 세상 어린이가 하하하하 웃으면 / 그 소리 들리겠네 달나라까지 / 앞으로 앞으로 카미노 카미노 - 가자 가자 산티아고!
웬 세상에 호닐로스 델 카미노라는 곳은 알베르게가 넘쳐서 바로 옆에 있는 동네 체육관에 스티로폴을 깔고 잠을 잤던 인상 깊은 곳입니다. 벨로라도와 같은 곳은 알베르게가 여러 곳이어서 남아도는데, 호닐로스와 같은 곳은 딱 한 군데밖에 없으니 실내 체육관만 믿고 어떤 조치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어떻게 밤을 새울까 걱정도 해 봅니다.
5389
25
천막을 걷고 있는 젊은이는 개를 데리고 다니며 바 앞에서 기타를 치며 구걸을 하고 있었어요.
여기도 나무 한 그루 없는 메세타 수준입니다.
5524
산티아고가 앞으로 469킬로라는 표시인가 봅니다.
동네 체육관이 이 날 숙소였어요. 나중에 온 사람은 침대도 없이 스치로폴 위에서 잠을 잤답니다. 어리는 5번
체육관이 피난민 수용소처럼 이러한 용도로 쓰일줄은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윤기중 총무님이 보름만에 집에 통화하고 있습니다.
정찬 전에 나오는 전채로 '앤 살라다'인데 이 정도면 좋은 편입니다.
부르고- 호닐로스- 카스트로헤리즈 등 동쪽에서 서쪽으로 걸어요.
가로등을 길가 집의 벽에다 붙여놓는 점이 색다르게 보입니다.
한국 시간도 표시해주는 군요. 10개 국 국기도 보입니다.
감사합니다.
'심신단련 > 산티아고 순례보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13. 카스트로헤리즈 - 이테로 베가 - 프로미스타 / 2012. 5. 18 (금) (0) | 2012.07.19 |
---|---|
12. 호닐로스 델 카미노 - 호나타나스 - 카스트로헤이즈 / 2012. 5. 17 (목) (0) | 2012.07.19 |
10. 쥬안 오르데카 - 아게스 - 빌라프리아 - 부르고스 / 2012. 5. 15 (화) (0) | 2012.07.19 |
09. 벨로라도 - 오카 고개 - 쥬안 오르데카 / 2012. 5. 14 (월) (0) | 2012.07.19 |
08. 산토 도밍고 - 빌로리아 - 벨로라도 / 2012. 5.13 (일) (0) | 2012.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