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미스타에서 어둑어둑할 때 출발하여 캐리온으로 가는 도로를 따라 걸었습니다. 도중에 바에서 아침을 먹고 걷는데, 지난 밤에도 비가 내렸는지 흙길이 웁푹 파여서 물웅덩이가 커 보였어요. 비가 오락가락하여 우장을 걸쳤다 벗었다를 되풀이하면서 우시에자 강을 따라 걸었습니다. 신부님이 사주하지 않은 시골 경당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고 쉬었어요. 빌라르카자르에서 우로 90도 방향을 바꾸어 도로 옆에 나있는 길을 따라 걷는데, 몇 차례나 비가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조금 힘들었습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고개를 넘는 사람들은 얼마나 고생을 하겠습니까? 이 정도는 우리에게 약과라고 생각합니다.
표지판을 보니 N-120, C-615, 붉은 색과 파란 색, 노랑색, 그 중심에 우리가 가려는 캐리온이 있군요. 교통의 요지인 캐리온 6K, 산티아고는 463 K 입니다. 캐리온 데 콘데스에서는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에 갔어요. 오후 6시에 어리가 여러 사람들 앞에서 '만남'을 불렀던 곳입니다. 제 노래 다음에는 빙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를 하는데 숙소에서 그런 행사를 가진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요. 여기에서 처음으로 N 신부님을 만났습니다. 여러가지 역사적인 사건을 박윤건 단장님께서 이야기해주셨는데, 엘시드 장군이 딸을 죽게 한 사위가 캐리온을 지배하고 있을 때 처들어와서 섬멸시킨 곳이라고 들은 것 같아요. 비옷을 입고 벗고 하다가 걷다보니, 이 날은 무엇을 차분히 생각할 겨를도 없이 허둥대다 보낸 것 같습니다. 캐리온 또는 캐리온 데 콘데스를 다른 책에서 보니 '꽁데스'라고 하던데 어떤 표기가 맞는 지 모르겠어요.
중간에 포브라시온 데 캄포스라는 동네를 지난 것 같은데 기억이 별로 없어요.
안내판 좌측에 점자로 표시된 것을 보고 놀랐어요. 시각장애자도 카미노 길을 걷는가 봅니다. 그 배려심.....
빗길에 달팽이가 제 집에서 나와 머리를 쑥 내놓고 순례객에게 인사합니다.
6010
6037
6049
6073
저녁 식사를 하다가 축구 경기를 하는데 골을 넣으니 모두 야단이 났습니다. 축구와 야단 법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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